부당이득 맞먹는 과징금이라더니…6조 담합이익에 과징금 2700억

2026-01-22 13:00:20 게재

공정위, LTV 비율 담합한 4대 시중은행에 과징금 2700억 부과

담합행위 과징금 최대 20%까지 가능 … 은행 과징금은 겨우 4%

은행 “정보공유 차원, 담합 없었다” 반발 … 법원 판단 여부 주목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대출에 이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교환하고,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했다는 혐의(정보담합)로 2700억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들이 이를 통해 2년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관련 매출(이자 수익) 대비 담합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대해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에 은행에 대해 적용한 과징금 비율은 4% 수준이다. 그동안 공정위가 “불법이익에 맞먹는 과징금을 부과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해 온 것과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선 은행들은 “불법 이익도 없었고 정보 공유 차원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다. 관련 법 개정후 첫 정보담합사례인 은행담합사건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정보교환하며 경쟁 회피 =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4개 대형 시중은행이 LTV 정보를 서로 교환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 4개 시중은행의 과징금은 국민은행(과징금 697억원)·신한은행(638억원)·우리은행(515억원)·하나은행(869억원)이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단한 대목은 정부가 LTV 한도를 정해준 투기과열지구 등 이외 비수도권 지역에서 적용된 가계대출의 LTV와 사업자 대출에서의 LTV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은 사업자 대출의 LTV 영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LTV는 부동산담보대출의 중요한 거래조건 중 하나로 대출가능금액과 금리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은 2022년 3월부터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 LTV 정보를 장기간 서로 교환했다.

4대 시중 은행은 자사 부동산 LTV가 타사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위험이 커지므로 LTV 비율을 낮췄다. 반대로 LTV가 타사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높였다. 이들은 자신의 LTV 조정할 때 타사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도 도입해 운영했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담합으로 LTV를 장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경쟁을 회피하고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4대 은행의 LTV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면서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도 제한됐다고 봤다.

◆비담합 은행보다 낮은 LTV 유지 = 실제 4대 시중은행의 LTV는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에 비해 낮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4대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은행에 비해 7.5%p(포인트) 낮았다. 공장·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 LTV 평균은 차이가 8.8%p로 더 벌어졌다.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이 이 같은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서로 교환하며 LTV 산정에 활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특히 실무자들이 직접 만나 LTV 정보를 인쇄물로 전달받은 뒤 이를 엑셀 파일에 입력하고, 원본 문서는 파기하는 방식으로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은행이 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 벌인 일이란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보고 규율할 수 있도록 2020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한 후 해당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다. 4대 은행의 담합 관련매출액(이자수익)은 6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2021년 이전부터 정보를 교환했으나 법 개정 이후 행위만 반영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4대 은행이 대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담합했다”며 “대출 리스크를 줄이려면 대출금액을 줄여야 하는데, 차주가 원래 빌리고 싶은 금액이 1억원이었는데 4대 은행의 담합에 따라 이 은행들에서는 9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었던 사례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문 국장은 “특히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LTV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이번 제재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는 등 생산적 금융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할 수 있었지만 = 하지만 이번 사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가 지나치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담합행 과징금 부과 기준은 불공정행위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최대 20%’다. 그만큼 담합행위를 공정한 시장경제 기반을 흔드는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은행 정보담합 사건에 착수할 당시엔 “1조원대 이상의 과징이 부과될 것”이란 추정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이번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관련매출 대비) 비율은 4% 수준에 머물렀다. 이재명정부 출범 뒤 공언해 온 공정거래 정책기조에서도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은행들은 ‘담합이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전원회의에서 LTV 공유 사실은 인정하지만, ‘특이값’을 보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주택 담보물의 경우 시세 산정 시 편차가 커 타사의 LTV값을 참고해왔다는 것이다. LTV 조정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양측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정보교환 담합의 성립 요건을 엄격히 따져왔다. 공정위는 과거 라면업체와 보험사 등이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혐의로 제재했으나 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정보 교환으로 경쟁을 저해하려는 의도(합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이에 2020년 정보담합을 담합 유형으로 포함하고, 경쟁사 간 합의가 추정되면 담합으로 볼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정황상 담합이 의심되면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은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검토한 뒤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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