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권한·인사 체계 변화 불가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서 분권 의지 강조
서울시급 지위, 통합 효과 가를 최대 변수
정부가 광역지방정부 행정통합을 선택한 지역에 대해 대규모 재정·제도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전국의 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인센티브는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권한 이양과 재정 구조, 지방정부 위상까지 함께 재설계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통합 논의와 결이 다르다. 내일신문은 정부가 제시한 행정통합 인센티브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정책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행정통합 인센티브에서 통합특별시에 대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범위는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광역지방정부 체계 안에서 통합특별시를 ‘예외적 지위’로 설정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지위 격상’이 갖는 의미 =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행정통합은 단순한 지역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방식의 전환 문제”라고 밝혔다. 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권한·지위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급 위상 부여는 단순한 상징적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행정체계상 광역단체장 위상, 중앙부처와의 협의 구조, 인사·조직 체계 전반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다른 광역지방정부와 달리 중앙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준국가 단위로 취급받아 왔다. 통합특별시가 서울시급 지위를 확보할 경우 국무회의 보고·조정 과정에서의 발언권, 중앙부처와의 정책 조율 구조, 광역 단위 규제 특례 적용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행정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운 지방정부에 걸맞은 ‘위상 보정’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행정통합 이후에도 기존 광역단체와 동일한 지위에 머문다면 통합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서울시급 위상 부여는 통합 지방정부가 국가 정책 파트너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인사 체계 변화, 내부 동력 될까 = 서울시급 지위 부여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인사다. 통합특별시가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을 갖게 되면 단체장뿐 아니라 부단체장과 실·국장급 직위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내부적으로는 공무원 승진 구조가 한 단계 상향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인사 문제가 민감하게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합 이후 조직 규모는 커지지만 위상과 직급 체계가 그대로라면 내부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서울시급 지위 부여는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 한 관계자는 “통합으로 행정 책임과 업무 범위가 커지는데도 인사 체계가 그대로라면 조직 내부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위상 격상은 단체장 권한뿐 아니라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인사 체계 변화는 중앙정부 권한 재조정과도 맞물린다. 조정 권한 일부가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행안부의 현재 조정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별 대우’ 논란 넘을 수 있을까 = 서울시급 위상 부여를 두고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광역지방정부와의 형평성 문제, 향후 추가 통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도 따른다.
정부는 통합특별시라는 전제 자체가 기존 광역단체와는 다른 행정 책임과 역할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권역 단위 행정·재정·산업 정책을 책임지는 새로운 행정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적 지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급 위상 부여가 행정통합 성공의 ‘보너스’가 아니라 ‘필수 조건’에 가깝다고 본다. 통합으로 인한 책임 증가에 상응하는 권한과 위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통합 인센티브 논의는 이제 재정과 권한, 위상이라는 세 축을 모두 건드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통합특별시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실제로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는 행정통합이 일시적 정치 이벤트에 그칠지, 국가 운영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질지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는 “행정통합을 통한 서울시급 지위 확보는 단순한 명칭의 변경이 아니라, 초광역 거점으로서의 제도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그에 걸맞는 실질적 권한과 재정 역량을 확보하고,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거점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이어 “최근 일본에서도 부수도(제2의 수도) 기능을 강화해 도쿄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수도권-거점 간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이번 통합 논의를 계기로 수도권과 권역, 그리고 권역 간의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을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