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

“올해 그리스, 내년 아랍 해양문명전…세계적 해양박물관 꿈”

2026-01-23 13:00:06 게재

그리스 특별전에는 ‘한-그리스 조선업 협력’ 전시도

수도권 최초 해양문화시설 … 주한외국공관들도 협력 요청

수도권에 처음 설립된 해양문화시설로 주목받으며 2024년 12월 개장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지난해 말까지 누적 관람객 67만명을 기록하며 빠르게 정착해 가고 있다.

"후발 박물관이지만 인천해양박물관이 수도권 최초 해양문화시설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박물관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며 올해 그리스 해양문명 특별전시 등을 준비하고 있는 우동식 박물관장을 지난 16일 내일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우 관장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 해양수산부 국제원양정책관과 국립수산과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인천해양박물관 초대 관장으로 취임, 박물관 개장과 초기 정착을 주도하고 있다.

●올 여름에 개최할 ‘그리스 해양문명 특별전시’는 어떤 특징이 있나.

그리스 문화부의 지원 아래 일명 ‘아가멤논의 황금가면’과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함대를 상대로 한 살라미스 해전 당시 전투선에 장착됐던 ‘트라이림 충각’, 당시 전사들이 사용했던 ‘청동투구’ 등 그리스 전국 14개 국립박물관들의 유물을 모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주한 그리스 대사로부터 한-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리스 해양문명의 진수를 우리 국민들께 소개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는 서양 문명의 모태이자 해양국가이며, 세계 최대의 선주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조선국가인 한국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1년 그리스 선주로부터 처음 선박 건조를 수주한 이래 오늘날까지 한국의 조선소에서 그리스 선박의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그리스와의 조선업 협력사례도 조사해 전시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신라시대부터 해양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아랍 해양문명전’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세계 주요 해양 국가들의 문화를 꾸준히 소개해서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세계 해양문화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 거점으로 자리 잡고, 세계적인 해양박물관으로 도약해 나가려 한다.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 사진 이의종

●1년간 누적 관람객이 67만명이다. 주목받은 전시물 세 가지를 꼽으면

우선 ‘표류인 문순득 일기’다. 우이도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이 담긴 필사본 ‘표해록’(漂海錄)에는 1801년 홍어 거래를 위해 출항했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해 일본 오키나와(유구) 필리핀(여송) 마카오(오문) 등을 거쳐 3년 2개월 만에 조선으로 귀환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인천의 지정문화유산 중 해양분야는 첫번째다. 다음달 22일까지 ‘바다 너머 세상을 본 조선 상인 표류인 문순득’ 테마전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설립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해사행정일원화’ 관련 문서도 관람객들 눈길을 끈다. 1960년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발전의 밑그림을 그린 신동식(제19회 장보고대상 대통령상 수상) 회장이 직접 작성한 대통령 보고서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된 해사행정 일원화 논의는 30여년이 지난 1996년 해양수산부 설립의 바탕이 됐다.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발전하는데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로서 의미가 크다.

박물관의 3층 로비에 전시된 7.4m 길이 ‘밍크고래 뼈’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고래 뼈다. 우리 박물관은 고래의 형상을 닮았는데 고래 안의 고래 뼈인 셈이다. 지난해 5월 바다의날 30주년 기념 테마전 ‘고래 안의 고래’를 하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받아 전시했다. 실제 뼈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순간 고래를 마주한 듯한 압도감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복원영상을 관람하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특별기획전 3회, 테마전 3회를 운영했는데 아쉬움은

개관기념 기증특별전 ‘순항’을 시작으로 ‘고래와 인간’ ‘하모니:고래로 바다를 보다’ 등 3번의 특별전과 ‘고래 안의 고래’ 등 3번의 테마전을 통해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 67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까지 우리 박물관의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표본조사에 따르면 우리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중 인천 거주자 48%, 경기 28%, 서울 15%이고 그 외 지역이 9%다. 인천 경기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시민들도 우리 박물관을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에 대한 편의성도 더 높일 것이다. 카페 편의점과 아이들을 위한 피크닉존 등을 꾸미고 기타 시설들도 계속 보완하고 개선할 예정이다.

●해양산업 분야별 조사연구와 원로들에 대한 구술채록도 추진 중인데

우리 박물관 설립 취지 중 하나가 ‘해양문화 진흥과 해양수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해양수산업은 중요 산업이지만 바다 위에서 일어나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해양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전시와 교육을 통해 알리며 해양수산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려 한다. 올해는 한·그리스 조선업, 내년에는 원양산업 70주년 특별전 등을 진행한다.

해양수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과 해양 분야의 과학자 예술가 문학가 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구술채록을 통해 국민들께 알리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 분야의 신동식 회장, 수산 김재철 회장, 해운 신태범 회장, 도선 배순태 회장의 구술 채록을 완료했고 올해는 대한제국의 광제호 신순성 선장을 시작으로 해양수산 발전에 기여한 분들을 발굴·조사할 계획이다.

●K해양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K팝·영화·드라마·식품 등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과 수요가 크다. 조선 수산 원양 해운·항만 등 우리나라 해양산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우리 박물관은 해양문화와 산업유산을 발굴해 내년에는 그리스에, 2028년에는 오만에 가는 등 K해양문화 순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K해양문화를 알리기 위해 세계 주요 해양국가와 손잡고 국제교류전을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부산에도 국립해양박물관이 있다. 후발 박물관으로서 유물 확보가 쉽지 않을 듯 한데

우리 박물관은 설립 전부터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 말 기준 1만2346점의 소장유물을 확보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박물관이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유물을 수집하기 위한 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기업 단체 개인에게 우리 박물관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수도권은 주한외국공관들이 많이 모여있다. 국제교류를 하기에 좋은 여건이고, 외국공관들은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한다. 우리의 해양문화를 그들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예산 확보를 통한 유물 구입은 물론 기증·기탁 운동도 활발히 전개해 좋은 유물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해양 관련 업계와 기관 단체 개인들의 적극적인 유물 기증과 기탁을 기대한다.

●지역사회와는 어떻게 소통·기여하고 있나.

우리 박물관이 위치한 인천 중구 월미도는 인천시청 이전 후 침체된 구도심 지역이지만 박물관 건립 이후 주변 환경이 개선됐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상생을 위해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지역 공공기관 단체 학교 등과도 다양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교육청과 협력해 관내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늘봄학교 프로그램’과 이를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확대한 ‘해양 문화예술교육’도 진행했다. 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의 전문성과 인천 지역 문화가들의 창의성이 만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 만족도 98%, 재수강률 65%라는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인천관광공사와 ‘인천공항 환승투어’, 인천교통공사와 ‘월미바다열차 스탬프’ 등 연계상품도 개발해 운영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시설은 안전조치도 중요한데

처음 부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박물관은 층고가 높기 때문에 난간과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2층, 3층의 로비 테라스 난간마다 투명 안전벽을 설치했고 하역장에도 안전난간을 설치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낙하방지망을 설치해 관람객의 안전에 더욱 신경썼다. 사각지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CCTV 28대를 추가 설치했고 전기설비에 자동소화기를, 전기자동차의 화재에 대비해 질식소화포도 마련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정기 운영하고 시설물 위험성 평가와 민원을 통해 접수된 안건들은 신속히 보강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장애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았다. 우리 박물관 안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강·점검해 중대재해 제로(0)를 달성하겠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