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넘어간 태평양 생물들 가을 못 넘겨

2026-01-23 13:00:05 게재

혹독한 환경 적응 못해

고래·물범 생존에 차질

기후변화로 태평양에 살던 생물들이 북극해로 넘어오고 있지만 아직 정착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고래 물범 등 상위 포식자들 생존에 차질을 주는 등 북극 해양생태계의 에너지밀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2일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북극해 동물플랑크톤 군집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태평양 외래종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고 소형종 중심으로 재편되는 ‘불안정한 계절 전환’ 현상이 나타났다.

서북극해에서 채집한 동물플랑크톤.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양 박사 연구팀은 일본 홋카이도대학과 함께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일본의 연구선 미라이호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서북극해에서 확보한 해양환경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여름철인 8월에는 태평양 바닷물 유입과 함께 태평양 종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특히 2017년과 2021년에는 난류성인 삿갓조개 유생이 북극 중앙해역까지 확장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9월 초가을에 접어들며 급격히 줄었다. 연구팀은 이를 수온 등 환경조건에 민감한 외래종들이 북극해의 혹독한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정착에 실패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태평양 종의 유입으로 개체수는 늘어났지만 해양 생태계의 실제 ‘에너지 밀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입종들은 북극 고유종에 비해 몸집이 작고 지방 함유량이 현저히 적어 북극 먹이사슬 상위로 전달되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김지훈 박사는 “서북극해의 불안정한 계절 전환은 향후 북극해 먹이망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낮은 종들이 주를 이루면 고열량 섭취가 필수적인 고래나 물범 등 상위 포식자들의 생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의 ‘북극해 온난화-해양생태계 변화 감시 및 미래 전망 연구’ 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프로그레스 인 오션그래피’ 1월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한·일 양국의 연구선이 수집한 자료를 통합해 북극 생태계가 겪고 있는 불안정한 변화와 의미를 규명한 첫 사례”라며 “북극 생태계의 생산력 변화 양상 분석은 향후 북극해 수산자원 활용과 관리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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