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3중 위기…재생에너지 확대 그림자는 어떻게
‘기후변화 - 생물다양성 - 환경오염’ 통합 대응 필요 … 탄소배출권 가격 현실화 등 해결과제 산적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이라는 ‘지구 3중 위기’를 해결하려면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핵심 수단인 탄소가격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구 3중 위기에 대한 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환경오염은 유기적으로 연관돼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전세계 각국의 현행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전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1℃ 상승하며 육상 생물종 평균 풍부도 지수는 59.7에서 56.5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원시 서식지 400만㎢ 이상 규모에서 모든 토착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상응하는 규모다.
특히 대기질 개선을 위한 이산화황 감소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수질·토양 오염물질(암모니아)과 잘못 관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각각 43%,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환경오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다이버시티’의 논문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간의 상호작용은 물질순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에 따르면, 최근 약 200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지구적으로 43% 이상 증가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덩달아 생물 서식 기반과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물이 서식지를 이동하는 현상은 온대 초원부터 열대 우림까지 다양한 생태계에 걸쳐 관찰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이렇게 바뀐 생물들이 다시 탄소 흡수와 배출에 영향을 미쳐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환경비용 최소화 제도 마련 = 좀더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환경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OECD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환경오염이라는 3중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정에너지 전환의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평가·관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 외에도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지표면 오존 감소 등 대기질 개선 효과를 가져오면서 인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달라지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OECD 보고서에서는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재생에너지의 분산적 특성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기반시설이 확장할 위험이 있다”며 “보호구역 경계와 원시지역,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 내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2200개 이상 확인됐고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새롭게 도입되는 기술들이 유발하는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전기차는 배기가스 배출을 제거해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배터리 질량으로 인해 △브레이크 △타이어 △도로 표면 마모 등으로 인한 비배기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배터리와 전해조 등 청정기술용 핵심 원자재는 △채굴 △폐기물 △배수 △슬래그 생산 등을 통해 새로운 환경 압력을 가한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도 과불화합물(PFAS) 카드뮴 코발트 등 화학물질이 방출돼 새로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전해조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장치다. 슬래그는 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중금속을 함유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2023년 재생에너지 지침(RED) 개정으로 회원국이 2026년 초까지 ‘재생에너지 가속화 구역’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했다. 보호구역과 철새 이동로를 제외하고 건축 부지나 황폐화된 토지를 우선 활용하도록 했다.
독일 대부분 연방주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조화시키는 ‘상류 프레임 문서’를 수립해 개발자에게 법적 확실성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풍력 터빈 로터의 55%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는 풍력 블레이드의 매립과 소각을 법으로 금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연간 터빈당 박쥐 사망이 10건을 초과하는 풍력발전단지에 여름철 가동 중단을 의무화했다.
◆배출권 가격 왜곡은 국가경쟁력에 영향 = 더 큰 문제는 이러한 3중 위기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의 배출권 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물다양성과 환경오염까지 고려한 구조는커녕 실제 탄소배출 비용조차 왜곡돼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 문제가 고착화했다. 22일 기후테크 새싹기업 A 대표는 “정부는 기후테크 육성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상품 등에 탄소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새싹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투자를 받거나 시장에 진출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는 국가 경쟁력과도 맞물리는 문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대한민국 기업들의 늘어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U로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배출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이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탄소배출권(KAU) 가격이 대폭 상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무이엔알(NAMU EnR)의 ‘EU-CBAM 비용과 탄소배출권 가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EU-CBAM 비용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KAU 가격이 톤당 5만59원은 돼야 한다. 이는 2030년까지 톤당 배출권 가격이 16만1196원으로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EU-CBAM 비용과 탄소배출권 가격 분석’ 보고서에서는 “유럽 탄소배출권(EUA) 가격은 톤당 약 90유로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KAU는 톤당 6유로 수준에 불과해 가격 차이가 15배에 달한다”며 “이 가격 격차가 곧 한국 기업들이 EU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KAU 가격 정상화가 시급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 탄소시장 확대가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의 보고서 ‘COP30 이후 글로벌 기후재원의 미래’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메커니즘이 본격 이행 단계에 진입하면서 국제 탄소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국제 탄소가격 수익은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직접 탄소가격 적용 범위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8%에 달한다.
KEI 보고서는 “대한민국은 10년간의 배출권거래제 경험과 선진적인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국제 탄소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자발적 탄소시장과 의무 탄소시장을 연계하는 싱가포르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 규제적 혹은 의무적 탄소시장의 일종이다.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서 정부에 제출한다. 기업(할당 업체)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문다.
■탄소국경조정제도 =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EU 제품과 동등하게 환경 관련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상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배출량에 따른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했다.
■자발적 탄소시장 = 산림보존이나 저탄소 연료로 전환 등 상쇄사업(자발적 탄소감축 사업)을 하고 배출량 시나리오를 비교해 얼마만큼 감축이나 제거했는지를 정부나 유엔이 아닌 제3의 민간 기관이 인증하고 발행한 탄소상쇄 크레디트를 거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