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보좌진 갑질’ 논란…대책은 없다

2026-01-26 13:00:48 게재

강선우·김병기·이혜훈, 여야 모두에 구조적 문제

노조 아닌 보좌진협의회, 강한 목소리 한계

인권규정 생겼지만 의원은 여전히 ‘사각지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후보자 낙마를 불러온 첫 의혹은 ‘보좌진 갑질’이었다.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막말 등의 녹음파일은 국회 안팎을 경악케 했다.

녹음파일엔 이 전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고성으로 소리치거나 꾸짖는 내용이 담겼고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네가 무슨 머리라고 판단을 하니” 등 발언이 공개되기도 했다. 자녀 공항 마중이나 개인 프린터 수리 등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제보도 공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이 후보자의 ‘불법 청약’ 등의 의혹은 경찰수사로 넘어갔고 거대 양당 지도부에서는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한 개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민주당 모 의원실 보좌관은 “원내대표가 보좌진 갑질 문제로 그만둔 후 보궐선거를 치렀는데도 어느 후보 하나 보좌진 갑질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들의 보좌진에 대한 생각과 판단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이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의 낙마,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사퇴가 모두 ‘보좌진 갑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갑질은 여야 의원실 모두에 상당히 내재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 후보자의 보좌진은 강 후보자가 수시로 집에서 쓰레기 상자를 들고 나와 버리라고 지시했었다고 증언했고 자택 변기에 문제가 생기자 또 다른 보좌진에게 직접 살펴보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갑질 논란도 보좌진에게 사적업무를 시킨 것에서 시작했다. 자녀 편입을 보좌진에게 챙기게 했다는 의혹과 함께 대한항공 호텔이용권 수령과 예약, 국정원 재직 자녀의 정보활동 지원 등 다양한 종류의 ‘사적업무 시키기’ 의혹이 제기됐다.

‘갑질’ 의원실의 공통된 현상은 잦은 보좌진 교체다. 의원이 임면권을 맘껏 활용한 측면도 있고 견디지 못해 ‘사임’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임의단체인 보좌진협의회는 갑을관계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때는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가 좌초되기도 했다.

국회의원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요 요인으로는 ‘국회의원이 견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국회의장실이나 각 정당에서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연결돼 있다. ‘제 식구 감싸기’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강선우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은 당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보좌진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민보협 고건민 회장 등 운영진 3명은 “수면 위로 드러난 보좌진의 인권과 권익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민보협은 이번에 불거진 문제를 포함한 실질적 보좌진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 체계를 요구했다”고 했다.

이혜훈 사태가 불거지자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는 “연이어 일어나는 보좌진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보좌진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회 내 갑질을 근절할 수 있는 방지책 마련과 보좌진 처우 개선에 앞장서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보좌진 임면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제왕적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많지 않다. 보좌진을 면직하려고 할 경우 최소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면직 예고제’를 도입했지만 의원 압박으로 ‘의원 퇴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즉시 면직’시키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30일자로 국회사무처가 만든 인권보호규정도 ‘국회의원’은 예외였다. 국회는 독립적인 인권센터를 두고 국회구성원들로부터 받은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총장은 신고한 내용이 신고 및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에 각하하도록 했다. 국회의원의 권한 위임으로 발생하고 있는 선임보좌진 갑질의 경우엔 일부 해소될 수 있겠지만 국회의원들의 갑질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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