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노동기준법 개정의 시사점
최근 일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한 노동기준법의 대규모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1987년 이후 약 40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면적 제도 개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주 1회 이상의 법정휴일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4주 동안 총 4일의 휴일’만 확보하면 주 1회 휴일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특례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느냐에 있다. 법 조문만 놓고 보면 ‘특정한 4주 동안 4일의 휴일’을 주기만 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휴일이 매주 고르게 배치될 필요도 없다. 그 결과 제도적으로는 장기간 연속근무가 가능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휴식의 질’ 담보하기 위한 40년 만의 전면적 제도 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5년 1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변형 주휴제 특례를 기존의 ‘4주 4일’에서 ‘2주 2일’ 기준으로 조정하고, 연속 근무의 상한을 13일로 제한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형식적으로 휴일 숫자만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노동자가 쉬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말 그대로 ‘휴일의 수’가 아니라 ‘휴식의 질’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겠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법정휴일 제도는 단순히 쉬는 날을 정하는 규정이 아니다.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사생활을 존중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에서 출발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에는 ‘법정휴일을 명확히 특정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자는 논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이 규정한 ‘주 1회 이상의 휴일 보장’은 조금 애매한 데가 있다. 그 휴일이 과연 언제인지, 어떤 요일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은 ‘쉬어야 한다’고만 말할 뿐 ‘언제 쉬어야 하는지’는 묻지 않는 셈이다.
법정휴일을 명확히 특정하자는 제안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다 확실히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미리 줄이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휴일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 간 해석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예방하려는 제도적 시도인 셈이다.
물론 현장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교대근무를 실시하거나 1개월 단위 변형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근무 패턴에 따라 휴일을 일률적으로 지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보고서는 현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법정휴일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 설계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근무표나 교대표를 통해 휴일을 사전에 명시하는 방식, 또는 취업규칙에 휴일의 기본 패턴을 정해 두되 예외적 운용을 허용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휴일을 미리 특정하도록 하는 의무가 강화될 경우 휴일근로 할증임금이나 대체휴가 운영을 둘러싼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에는 자사의 근무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휴일과 근로시간 제도를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새롭게 주어질 것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얼마나 일하게 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쉬게 할 것인가’를 묻는 시대적 전환을 보여준다.
근로시간 정책의 중심축 ‘어떻게 충분히 쉬게 할 것인가’로 이동
연속 근무 상한 설정과 법정휴일의 명확화는 ‘휴식의 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책적 전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근로시간 정책의 중심축이 ‘얼마나 일하게 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충분히 쉬게 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앞으로 한국의 노동시간과 휴일 제도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