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형전형, 취지 살릴 ‘운용 역량’이 관건

2026-01-27 13:00:03 게재

국회 토론회 … 인기학과 비율 확대·지원자격별 분리 선발·자유전공 활용한 모집 정원 설계 필요

대입 기회균형전형은 저소득층과 교육소외계층에게 대학 진학의 문을 넓히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시행 이후 대상과 전형 수는 꾸준히 확대됐고 주요 대학에는 전체 모집 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기회균형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제도상 기준도 마련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15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체감되는 공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입 기회균형전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기회균형전형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민주당의원과 사단법인 밥일꿈이 공동 주최하고 전국사다리교사단이 주관했으며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이 패널로 참여해 제도 전반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사)밥일꿈과 전국사다리교사단은 교사·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위 대학과 학과별 기회균형 선발 비율 분석, 농어촌·저소득층 학생 사례를 통해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통합선발 구조, 대학별 전형명 난립, 인기 학과에서의 적용 축소 등 제도 설계 단계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옥경 사단법인 밥일꿈 이사장은 “기회균형전형의 문제는 기회가 없다는 데 있지 않다”며 “아이들 앞에 놓인 사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를 제도가 충분히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제도의 존재 여부보다 ‘작동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획은 기회균형전형의 취지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숫자로 충족된 ‘비율’이 아니라 실제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이다. 제도가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사다리가 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입 기회균형전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정책토론회. 사진 이의종

대입 기회균형전형의 실효성과 공정성 확장을 위해선 취지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운영방안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입 기회균형전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정책토론회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대학·입학사정관·현장 교사·정부가 각기 다른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토론은 김삼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 최상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 김도훈 양서고등학교 교사, 신진용 교육부 대입정책과장 순으로 진행됐다.

●의제① 선발비율의 적절성

김삼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은 기회균형전형 선발 비율 논의와 관련해 “전형계획과 모집요강에서 제시된 기준과 실제 전형 진행 과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대학은 기회균형전형 대상자를 전체 모집 인원의 10% 이상 선발하도록 계획하고 있지만 전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수 부족 등으로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기회균형전형 지원자 숫자 자체가 정원을 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제도 취지와 무관하게 부득이하게 미충원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며 “단순히 수치 충족 여부만으로 제도의 운용 실태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기회균형전형 선발 비율과 관련해 “10% 이상 의무화는 제도의 상징성과 정책적 메시지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대학과 계열, 모집단위별 여건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대학 전체 단위에서 최소 선발 비율을 유지하되 계열별·전형 유형별로는 보다 탄력적인 전형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획일적인 비율 적용만으로는 제도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훈 양서고등학교 교사는 기회균형전형 선발 비율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했다. 그는 “자료를 보면 전국 대학 가운데 기회균형전형을 전체 모집 인원의 10% 이상 선발하는 대학은 35.4%에 불과하다”며 “특히 의·치·약·한·수 등 인기·전문 학과로 갈수록 기회균형 선발 비율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예과의 경우 전체 모집 정원 대비 기회균형 선발 비율이 약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교사는 “이런 구조에서는 기회균형전형이 실질적인 계층 이동의 통로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수시 경쟁률이나 입시 결과를 보면 기회균형전형 역시 일반전형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해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진용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기회균형전형은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기회균형 선발 비율과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학과·계열별 강제 비율 설정은 대학의 교육과정 구성과 선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충분한 데이터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제② 지원자격 통합선발의 문제점

지원자격 통합선발 문제는 기회균형전형의 공정성을 둘러싼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삼열 실장은 지원자격 통합선발 문제에 대해 “앞에서 제기된 미충원 문제의 연장선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선택한 자구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전형으로 인해 농어촌 학생에게 쏠림이 발생하는 사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전체 대학을 놓고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등 경제적 배려대상자 영역에서도 농어촌 학생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학생들이 선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원자격 통합선발을 단순히 왜곡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학의 모집 여건과 지원자 구조를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은 회장은 지원자격 통합선발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기회균형전형 내 지원자격은 학업 환경과 교육 여건이 본질적으로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통합선발이 적용될 경우 동일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다”며 “이 경우 특정 지원자격에 선발 결과가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실제 수험 과정에서도 체감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회균형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같은 농어촌 전형 안에서도 출발선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읍·면 중심부나 신도시 인접 지역에 거주하며 교육 정보와 사교육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생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의도한 보호 대상과 실제 혜택을 받는 집단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의제③ 용어의 표준화

김삼열 실장은 용어 표준화 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학마다 통합형 기회균형전형에 포함시키는 대상 영역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용어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특성화고 전형이나 농어촌학생 전형처럼 자격과 범위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는 동일한 전형 명칭 사용을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은 회장은 “기회균형전형은 대학별로 전형 명칭이 달라 수험생과 학부모, 고교 현장에 실질적인 혼선을 주고 있다”며 “동일한 지원자격임에도 서로 다른 전형명으로 안내되는 현실은 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런 특수성이 있는 경우 대입기본사항에 반영해 대학에 일관된 명칭 사용을 안내한다면 혼란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훈 교사는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현장의 혼선을 전했다. 그는 “교사·학생·학부모의 70% 이상이 기회균형전형 지원자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며 “동일한 지원자격임에도 대학별로 ‘기회균형’ ‘고른기회’ ‘사회배려자’ 등 서로 다른 전형명을 사용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낮은 학생일수록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용 과장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형명 단순화나 공통 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해하지만 대학 자율성과 현행 법령 체계, 대학별 선발 구조와의 정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제④ 모집단위 통합선발의 문제점

모집단위 통합선발 문제는 기회 보장과 공정성 사이의 딜레마로 제기됐다.

김삼열 실장은 모집단위 통합선발을 둘러싼 논의에 대해 “대학의 입장과 수험생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충원이 쉽지 않은 일부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모집단위 통합선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선발 여력이 있는 대학들은 학과 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학과별 개별모집을 장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전공자율선택제와 같은 광역선발 방식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은 회장은 모집단위별 기회균형전형이 안고 있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짚었다. 그는 “모집단위별 선발 인원이 소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결과 예측 가능성이 낮고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전년도 입시 결과가 안내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교사는 모집단위 통합선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허용·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과별로 소수 인원을 선발하는 구조에서는 지원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학부·계열 단위 또는 전공자율선택제 형태로 기회균형전형을 운영해 접근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교사는 특히 “통합선발 이후에도 반도체, 인공지능, 의학계열 일부 등 인기·전문 학과로의 진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전형 이후 배치와 진입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기회균형전형이 ‘선택지가 제한된 전형’이 아니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전형’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염진·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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