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홍’ 경영공백으로…주총 앞두고 시험대

2026-01-28 13:00:31 게재

이사회·경영진 출구 없는 갈등

기간통신사업자 공적 책임 흔들

KT를 둘러싼 거버넌스 논란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번지고 있다. 사외이사 조사 권한을 둘러싼 이사회 내부 충돌과 최고경영자(CEO)의 인사·조직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 개정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위기 대응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전 임원은 2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지금 갈등의 핵심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출구를 만들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특정 인사가 아니라 구성원과 고객, 나아가 기간통신사업자의 공적 역할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최근 한 사외이사를 둘러싼 투자 알선 및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준법지원실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은 내부 준법기구가 사외이사 개인을 조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사외이사 조사 주체와 절차의 적정성이다. 통상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감독과 조사는 감사위원회의 권한에 속한다. 반면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내부 임직원의 준법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조사가 견제를 넘어 이사회 내 권한 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와 경영진 간 긴장은 인사·조직 권한을 둘러싼 규정 개정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규정을 개정해 부문장급 임원과 법무실장 임명·면직, 주요 조직 개편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라 CEO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던 인사권과 조직권이 이사회 통제 범위에 포함됐다. 견제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과 달리 책임과 권한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인사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둔 현직 대표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에 부담이 크고, CEO 내정자는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다. 여기에 인사와 조직 개편까지 이사회 심의 대상이 되면서 경영진 단독 판단으로 인사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는 경영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KT 관계자는 “이사회 권한 다툼과 절차 논란이 반복될수록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방향을 잃는다”며 “해킹 대응, 고객 신뢰 회복, 신사업 준비 등 당장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의사결정 혼선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주주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을 거버넌스 관리 실패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혼선은 기업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KT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5배 수준으로, 경쟁사보다 30% 이상 낮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경영 불확실성과 지배구조 리스크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지배구조 분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KT는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국가 기간통신망의 핵심 축을 맡고 있어, 판단 지연과 리더십 공백은 통신 서비스 안정성은 물론 산업 전반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도 이사회 규정 개정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의 인사·조직 권한 제한이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며 관련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지분 약 7.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은 이번 주주총회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총회가 KT가 경영 공백을 해소하고,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공적 책임과 정상적인 경영 체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윤영 CEO 내정자가 이사회와의 권한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해킹 사태 이후 흔들린 신뢰와 조직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향후 거버넌스 평가와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