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매립 금지…진정한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야

2026-02-02 13:00:02 게재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수도권 시민들은 매일같이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분리배출하거나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한다. 분리배출된 폐기물은 선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고 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은 수도권 내 공공소각장이나 수도권매립장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한 처리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되었다. 2022년 7월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이 조치가 기타 지역으로까지 확대된다. 제도 변화는 예고되었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6년 새해 첫날부터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던 생활폐기물 운반 차량들은 급히 경기도와 충청도 등에 위치한 민간 소각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직매립 금지라는 정책 목표는 분명했지만, 그 실행 과정은 즉흥적이었다. 이른바 ‘원정 소각’이 현실화되자 소각시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왜 수도권이 배출한 쓰레기의 환경 부담을 우리가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타 시·도의 공공 처리시설에 위탁할 경우 부과되는 반입협력금을 민간 처리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준비 중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들 역시 수도권 쓰레기 유입 절대 반대와 발생지 책임 처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수도권 폐기물을 반입 처리하는 소각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며 불법 처리 여부를 단속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시 금천구에서 반출한 폐기물에서 음식물 폐기물이 발견돼 충남 서산과 공주에 위치한 처리업체와의 계약 해지 절차가 진행됐다. 해당 지자체들은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수탁 처리하는 민간 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다. △허가량 초과 반입 여부 △야적장 운영·관리 실태 △적정 처리 및 오염방지시설의 정상 운영 여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지적될 경우 수탁 처리 가능 물량은 즉각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위·수탁 계약 물량이 취소되거나 줄어들 경우 수도권 지자체들은 다시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등지의 처리업체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환경 부담의 지역 간 전가에 불과하다.

수도권매립지에서 하루 평균 처리되던 종량제봉투 폐기물은 약 1414톤이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 583톤 △인천시 190톤 △경기도 641톤에 이른다. 동일한 물량을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할 경우 톤당 처리비용은 수도권매립지의 11만9000원보다 약 7만원 비싼 18만원이 소요된다. 이를 단순히 계산해도 수도권 종량제봉투 폐기물을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데 하루 약 2억5400만원, 연간 약 92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추진 중인 공공소각시설 신설에는 최소 5년에서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 지역에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이 심화될 경우 공공 처리시설 확충이라는 해법은 계획 단계에서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서울시 성동구는 싱가포르 사모펀드 케펠인프라가 인수한 폐기물 처리업체 비노텍과 계약을 체결했다. 송파구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소유한 리뉴에너지경기와, 영등포구와 강북구는 스웨덴 이큐티파트너스(EQT)가 소유한 청송산업개발과 가나에너지와 처리 계약을 마쳤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이미 2010년대부터 폐기물 처리산업이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허가 요건이 까다롭고 님비 현상으로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그 결과 전국의 처리업체들을 인수·합병해 네트워크화하고, 수직 계열화를 통해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 선별·재활용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중소 규모 재활용업체들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직매립 금지라는 공공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민간 대형 자본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종량제봉투에 혼합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량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것뿐이다. 2022년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종량제 혼합배출 폐기물 가운데 △가정 부문 유래는 38.2% △비가정 부문 유래는 61.8%를 차지한다. 전체 조성 중 가연성 폐기물 비율은 중량 기준으로 90.6%에 달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폐합성수지류 28.2%(부피 기준으로는 50% 이상) △폐지류 21.1% △화장지류 12.3% △물티슈류 6.8% △음식물류 6.0% △폐섬유류 2.9% △기타 가연성 폐기물이 13.3%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종량제봉투 속 폐기물의 대부분은 정책과 시스템에 따라 충분히 감량과 재활용이 가능한 대상들이다.

폐기물 배출 출발점에 있는 시민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사용하는 아나바다 운동은 여전히 유효한 해법이다. △번개장터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활성화 역시 생활 속 폐기물 감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동시에 지자체는 폐합성수지 필름류를 별도로 선별해 △물질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에너지 이용 순으로 재활용되도록 정책적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종량제봉투 내 음식물 폐기물 혼입을 근절하는 노력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추진 중인 △커피찌꺼기(커피박) △폐섬유 △현수막 △폐가구 등 재활용 가능 품목의 분리·재활용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생 지역 인근의 중간 재활용업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준비해 온 공공소각시설 신·증설 사업 역시 미루지 말고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재활용 최우선 순위인 물질 재활용 사업을 단순한 사적 수익성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경제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범정부적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재생원료 사용에 대한 지원 확대 △재생원료 사용 제품의 수출 지원 체계 마련 △자원순환 정책과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의 실질적 연계가 요구된다. 자원재활용단체들이 제안하고 있는 대책들(△플라스틱 제품 및 포장재 생산 시 재생원료 사용 의무 대상 확대와 연차별 의무율 상향 △재활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매 비용 일부 지원 △재활용 제품 생산기술 개발과 상용화·시장 개척 지원 확대 △지자체의 플라스틱 제품 구매 시 30% 이상 재활용 원료 사용 제품 구매 의무화 △지역 발생 폐기물로 생산된 순환자원 제품의 지역 내 의무 구매 △종량제봉투 내 폐비닐류 선별 전 처리시설 설치 의무화 △사모펀드와 대기업으로부터 중소 규모 재활용사업자를 보호·육성하는 정책)은 더 이상 검토 과제가 아니라 실행 과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단순한 처리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폐기물을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며,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의 혼란을 임시방편으로 넘길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