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발 희토류 압박, 공급망 재편의 시험대
2026년 1월 6일 중국 상무부는 일본을 대상으로 수출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명분상으로는 이중용도(Dual-use, 민·군 공용) 품목에 대한 관리 체계 재검토였지만 전년도 11월 이후 악화된 중일 관계의 흐름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방위 산업 등 현대 핵심 산업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다. 안정적 공급은 통상을 넘어 외교·안보와 직결된다. ‘경제안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중요 광물만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쉽게 드러나는 영역도 드물것이다.
일본은 이를 2010년에 직접 경험했다. 그해 가을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희토류 수출이 사실상 정체됐다. 공식적인 금수 조치는 아니었으나 통관 지연이 잇따르며 일본 기업들은 공급 불안에 직면했다.
공급망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고 희토류 가격도 급등했다. 자원 공급이 정치적 환경에 언제든 영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이 경험은 일본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됐다.
이번 조치는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다만 현재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 2010년이 중국 의존의 위험성이 처음 인식된 시점이었다면 지금은 그 의존 관계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국가 간 긴장이 구조화된 단계다.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를 매개로 한 조정이나 압박이 과거보다 훨씬 빈번해졌다.
중국 의존 70%, 왜 벗어나지 못하나
중국이 희토류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단순한 매장량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량은 약 39만톤이며 중국이 약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채굴 이후의 공정이다.
희토류는 채굴만으로는 산업에 활용될 수 없다. 원소별 분리와 고순도 정제 과정을 거쳐야 가치가 생긴다. 이 공정은 환경 부담이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폐수 처리나 토양 오염 문제로 많은 국가에서 엄격한 규제나 주민 반대에 직면한다. 그 결과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논리 아래 이 공정이 중국에 집중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채굴의 약 60%와 분리·정제 공정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채굴 거점을 분산시키는 것은 가능해도 정제와 가공까지 이전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환경 규제와 사회적 합의라는 장벽도 높다.
공급망 상류는 다변화되더라도 중·하류에서는 특정 국가 의존이 지속되는 구조적 제약이다. 희토류 문제는 단순한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일본은 비축 확대와 조달처 다변화에 힘써 왔다. 희토류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2009년 85%에서 2020년 58%까지 낮아졌다. 기업들도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의존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2024년 시점에서도 수입액 기준 대중 의존도는 약 70%에 이른다. 특히 전기차나 고성능 모터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는 대체가 쉽지 않다. 일본은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왔을 뿐 의존 구조 자체를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심해의 ‘희토류 진흙’ 상업화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약 400억엔을 투입해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자원 안보 차원에서 주목할 시도이지만 기술적 난이도와 채산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공급 구조를 바꿀 해법은 아니다.
한편 중국도 수출 규제가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와 정밀 부품은 중국 제조업 공급망과 깊이 연결돼 있다. 공급 제한은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상대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국 산업과 국제적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일본의 대응과 남겨진 과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세계 경제에는 분절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상호의존의 현실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희토류는 그 상징적 사례다.
따라서 경제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판단만으로 경제를 좌우하려 할 경우 왜곡이 생기기 쉽다. 완전한 의존 배제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이미 구조화된 의존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균형을 관리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역시 이 상호의존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