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색위성, 바다의 시간변화 추적하다

2026-02-05 13:00:53 게재

바다는 고정된 피사체가 아니다. 하루 한 번 촬영하는 극궤도 위성으로는 단기 변화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양 관측의 핵심은 단순한 장면의 포착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추적이다.

한국은 2010년 6월 천리안해양위성 1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 해색 관측을 실운용 단계로 끌어올렸다. 2020년 2월에는 천리안해양위성 2호를 발사해 1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승계했다.

2호 위성은 공간해상도를 기존 500m급에서 250m급으로 정밀화하고 관측 분광 밴드를 8개에서 12개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동북아 해역의 미세한 변화를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포착하는 주간 상시 관측 체계를 확립했다. 이제는 다음 단계인 후속 위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정지궤도 해색위성의 가장 큰 성과는 해양의 시간 단위 변화를 가시화해 초단기 해양 현상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재난 대응 측면에서의 효용은 더욱 명확하다. 2013년 남해·동해 적조 대발생 사례가 증명하듯 위성 관측은 방제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동중국해에서 유입되는 부유성 조류의 이동 경로 예측이나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거동 분석 역시 시계열 데이터가 축적돼야만 가능한 영역이다.

세계적 표준 된 한국 정지궤도 운영 모델

해색위성은 바닷물 속에 포함된 플랑크톤, 부유물질 등이 태양 빛과 반응해 나타내는 고유한 바다색을 관측하여 해양 환경을 분석한다.

실제로 위성이 받는 빛의 90% 내외는 대기 산란광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바다색 정보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 압도적인 대기신호를 정밀하게 제거하고 순수한 해양 반사광을 추출하는 대기보정 기술이 위성 운영의 성패를 가른다.

천리안해양위성 1, 2호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한국의 독자적인 보정 알고리즘과 검·보정 기술은 데이터 신뢰도를 담보하는 핵심 자산이다.

과거 한국의 정지궤도 해색 관측 시도가 실험적 도전이었다면, 현재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NASA가 추진 중인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글리머(GLIMR) 프로젝트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 연구진은 글리머 등 해외 정지궤도 해양관측시스템 설계 과정에 자문으로 참여하며 운영 노하우를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2033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후속 위성의 개발 방향은 연속성 유지와 미세한 해양환경 변화까지 포착하는 정밀도 향상이다. 천리안해양위성 2호의 관측 영역과 해상도를 유지하며 데이터의 장기 시계열 연속성을 확보하되 관측 채널을 추가해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다.

남세균 탐지, 해무·구름 식별, 유류 유출 탐지, 연안 대기보정을 위한 밴드가 추가된다. 편광 관측기능도 도입해 대기보정의 오차도 획기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천리안위성 6호 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드웨어 개발만큼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적 인프라다. 위성 발사 전부터 검보정 기술 고도화와 현장 관측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위성 개발 넘어 ‘운영 체계’ 완성

바다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위성 기체 한 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해양 환경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연속적인 감시 체계 그 자체다.

최종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위성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