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6일 오만서 ‘핵 협상’
좌초위기 넘기고 결국 개최
루비오 “트럼프 대화 의지”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회담이 한때 좌초 위기를 겪은 끝에 결국 열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 발언으로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충돌 국면을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의 핵 회담이 6일 오전 10시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해준 오만 형제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같은 내용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미국 측도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AP통신은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과의 고위급 회담을 오만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는 이란이 회담 장소와 형식 변경을 요청한 이후 여러 아랍·무슬림 국가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회담을 좌초시키지 말 것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회담 성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중동 동맹국들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일정과 장소 변경을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회담 성사 과정은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앞서 “이란의 장소·형식 변경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하면서 6일 회담이 사실상 좌초됐다”고 보도했다. 애초 양측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회담을 열고 주변 중동 국가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란이 이를 오만 무스카트로 바꾸자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중재 노력이 이어졌고 결국 회담을 예정대로 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누구와도 만나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이란 정권의 카운터파트들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미국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장소 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란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악시오스는 후속 기사에서 “미국과 이란의 6일 핵 협상이 정상화됐다”며 “중동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 좌초 위협을 실행하지 말라고 긴급히 로비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란은 이번 회담을 명확히 ‘핵 회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측은 우선 이란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도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시도 자체가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의 의제 범위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미국은 핵 문제에 더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중동 내 무장 단체 지원, 인권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루비오 장관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려면 탄도 미사일 사정거리, 테러 조직 지원, 핵 프로그램, 자국민 대우 문제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도 같은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를 만나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와 중동 내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