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AI시대, 열리는 한국경제 가능성과 깊어지는 양극화 위험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것을 가로 막는 위험요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2025년 3월 5일자 칼럼(트럼프가 벌어준 시간) 에서 미중간 패권 갈등에 따른 산업 공급망 분리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무너지고 있던 한국의 제조업에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매우 짧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 석유화학 등 거의 대부분의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였고 삼성전자마저도 세계 시장에서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었던 때였다.
트럼프정부는 중국의 첨단화해 가는 제조업에 일종의 방어막을 침으로써 그 대안 공급망을 한국의 조선업, 원전, 반도체, 2차전지 등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진지 오래였고, 독일은 자동차에, 대만은 IT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밸류업’이라는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번 주가 상승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몇몇 소수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에 지나치게 치우친 상승이었기 때문이다. 정책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특정 몇몇 기업들을 골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 기업들의 변화를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틀라스로 증명한 ‘피지컬 AI’ 전환
지난 1월 30일 현재 한국거래소 자료를 이용한 한 분석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산한 시총은 1707조651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54%였다. 2025년 1월 말은 23.98%에 그치고 있었다. 이 두 회사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3000 후반도 어림없었을 것이다. 또 코스피지수가 그 특유의 ‘박스권’을 본격적으로 탈출하기 시작한 2025년 4월 초부터 5000을 넘어선 2026년 1월 22일까지 두 회사가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분의 50%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면 이들 기업에 일어난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먼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6’ 이후 주가 상승률이 70%대를 넘고 있다. 증권사 관련 보고서들은 그 시작 시점을 동 전시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가 공개된 이후부터라고 보고 있다. 완성차 제조업체라기보다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갖출 가능성을 가진 로봇과 모빌리티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조선, 방위산업 등으로까지 피지컬 AI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직접 AI 개발경쟁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드물게 가성비 높은 하드웨어 제조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동시에 존재하는 한국의 산업구조 특성을 활용한 선택이다. 충분히 가능성있는 스토리다.
문제는 이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이다. 한국은행의 ‘2025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한국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였고, 연간 성장률은 1%이다. 수출은 7000억달러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경제성장률이 이렇다는 것은 수출부문·대기업 부문이외의 내수·중소기업 부문은 성장이 멈췄거나 역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기사들을 보면 2025년 1~4월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15.5%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84.5%가 비제조업에 종사한다는 것인데 그 핵심은 서비스업이다. 이 부문은 ‘트럼프가 벌어준 시간’과 별 상관이 없다. 만약 한국의 제조업 전체가 어떤 전환에 성공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더라도 15.5% 취업자와 거기에 속한 가구의 소비가 84.5%의 상당 부분을 지탱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인용한 분석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에서 6위 수준이고, 서비스산업은 27위 정도이다. 또 다르게 보면 한국경제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수는 대체로 500만~600만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여기서 가구당 평균 2.2인을 곱하면 대체로 1000만명 이상이 지독한 자영업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같은 양극화 경제는 지속불가능
이런 양극화 경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AI시대에 적응한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남고 서민경제는 결딴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도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그런데 타락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너무 자주 뉴스에 나온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