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DMC 용지, 이번엔 주인 찾을까
지정용도 비율 낮추고 의무시설 조건도 없애 ‘미디어시티’ 방향만 … 세부계획 민간자율로
서울시가 장기간 표류해온 상암 DMC 랜드마크 용지 재매각에 나섰다. 이번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우며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멈춰섰던 개발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시는 5일부터 DMC 랜드마크 용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열람공고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 용지 공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핵심은 ‘경직된 계획의 해체’다. 그간 사업성을 가로막았던 각종 의무조건을 걷어내고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변경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용도 규제 완화다. 지정용도 비율을 기존 5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낮췄고, 국제컨벤션 등 특정 시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던 의무 조건도 삭제했다. 업무시설, 숙박·문화집회시설 등은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자가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주거비율 제한(30% 이하)도 없앴다. 직주근접 수요를 반영해 사업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혁신 디자인이나 친환경 성능을 갖춘 건축물에 대해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높이 경쟁’이 아닌 ‘미래 도시 가치’를 기준으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다.
◆매력적인 땅인데 왜 안 팔렸나 = DMC 랜드마크 용지는 입지 자체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부지로 꼽혀왔다. 디지털미디어시티 핵심에 위치한 데다, 방송·미디어·IT 산업 집적지라는 상징성도 크다. 그럼에도 수차례 매각이 불발된 것은 다양한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과도한 지정용도 비율, 낮은 수익성,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개발 조건, 여기에 DMC의 상징성 약화 등이 겹치며 민간이 선뜻 뛰어들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오피스·컨벤션 중심의 계획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부동산·업무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높은 토지 가격 대비 사업 리스크도 발목을 잡았다. ‘좋은 땅이지만, 사업하기는 어려운 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던 배경이다.
◆서울시 “이번엔 다를 것” = 서울시는 이번 계획 변경이 단순한 조건 조정이 아니라 ‘개발 철학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AI·데이터 기반 미래산업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복합 거점으로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민간에 맡겼다. 행정은 뒤에서 밀어주겠다는 구상이다.
DMC 랜드마크 개발이 성사될 경우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상암 일대 상업·업무 수요 회복은 물론, 마포·은평·서부권 전반의 고용과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직·주·(職住樂)락’이 공존하는 서북권 핵심 거점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번 DMC 랜드마크 용지 재공급에서 거론되는 응찰 주체는 전통 건설사보다는 복합개발 경험을 갖춘 디벨로퍼, 혹은 자산운용사와 손잡은 컨소시엄 형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정용도와 주거비율 규제가 완화되면서 오피스·주거·문화시설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게 된 만큼, 미디어·콘텐츠 기업과 부동산 금융이 결합한 사업 구조도 가능해졌다.
물론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금리 기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대형 복합개발에 대한 민간의 신중한 태도는 이번에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조건을 현실에 맞게 낮췄다는 점에서 “이번만큼은 이야기를 들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 수렴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반기 중 본격적인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용학 시 미래공간기획관은 “DMC가 일과 삶,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직·주·락 매력 도시의 핵심 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