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미만 코인 거래에도 ‘꼬리표’…자금세탁방지 강화

2026-02-05 13:00:02 게재

FIU, 트래블룰 대상 확대 … 해외거래소·개인지갑 거래시 ‘위험’ 규제 강화

작년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 130만건 넘어 … 가상자산 거래로 증가 추세

‘범죄의심계좌 정지’ 추진 …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에 국제 범죄조직 포함

100만원 미만 코인 거래에 대해서도 송·수신인 정보 제공 의무가 확대된다. 소액 가상자산 거래까지 송·수신자 정보의 ‘꼬리표’가 붙는 것이다. 또 초국가적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도박·테러자금조달 행위 등 특정 중대 민생침해범죄와 관련된 의심계좌를 정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ML/CFT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FIU는 △중대 민생범죄·초국가범죄 대응 역량 강화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체계 보완 △금융회사 등의 자금세탁방지 역량 제고 △글로벌 정합성 개선 등 4개 주요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133만3391건으로 전년(108만4142건) 대비 24만9249건(23.0%) 증가했다. 2024년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선 이후 증가폭이 더 커졌다.

FIU는 2022년 트래블룰 시행 이후 가상자산 관련 보고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간에 중개되는 100만원 이상 코인 거래에 대해 송신거래소는 수신거래소에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할 의무(트래블룰)가 있다.

FIU는 현재 100만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하고 있는 트래블룰을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신거래소에도 정보확보 관련 의무(정보요청, 거래거절)를 부과하는 등 자금세탁 사각지대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추진한다.

또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으로 이동하는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고위험의 경우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STR 의무 강화 등 추가 의무도 부과한다. 해외거래소, 개인지갑과의 거래는 위험거래로 간주해서 거래금액을 제한하거나 추가 EDD(강화된 고객확인)를 적용하는 등 적절한 위험경감조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고액 거래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STR 의무가 부과된다.

◆민생침해범죄 자금세탁 통로 차단 = FIU는 민생침해범죄들의 자금세탁 통로를 끊기 위해 범죄의심계좌를 정지하는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신종 범죄수법을 보면 해외 중고차·의약품 수입업체가 수입대금을 제3자에게 가상자산으로 이전하고, 제3자는 이를 국내 수출업체 반복적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매출누락(법인세 탈루) 등이 이뤄지고 있다.

또 불법 가상자산거래소가 마약류 판매상들의 의뢰를 텔레그램으로 받아 마약류 매수금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하고 수수료(16~20%)를 받는 방식 등으로 수익을 은닉하고 있다.

FIU는 “디지털화·글로벌화(초국가성)로 신종 범죄수법이 지속 발전하고, 다양한 수단이 복합 활용돼 기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상 취약점이 존재한다”며 “마약, 도박 등 민생침해범죄 확대에 따라 범죄자금흐름 조기 차단 및 몰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계좌정지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범죄수익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계좌라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법원 결정 없이 계좌 동결이 불가능하다.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 지정과 보이스피싱·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의심계좌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법원 결정 없이 계좌정지가 허용돼 있다.

FIU는 수사기관 요청 등에 따라 범죄의심계좌 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계좌동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상범죄는 마약, 도박, 테러자금조달행위 등 특정 중대 민생침해범죄로 한정된다.

제도 도입 이후에는 FIU 자체 분석 의심계좌도 중지할 수 있도록 단계적 확대가 추진된다.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에 국제 범죄조직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마련된다. 현재 지정 대상은 테러·핵확산 관련자로 제한돼 있다. 지정 대상은 금융거래·재산권(금전·채권·동산·부동산 등) 처분시 금융위원회 사전허가 필요, 금융회사 및 그 종사자는 허가가 없을 경우 제한대상자의 금융거래 등 업무 취급이 금지된다.

◆스테이블코인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국내에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예정이어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가 추진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규율은 없으며,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일반 가상자산과 같이 거래되고 있다.

FIU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 고객확인·의심거래보고·내부통제 등 특금법상 ‘금융회사 등’에 부과하고 있는 기본적 AML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지갑이나 해외 사업자와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대해서는 EDD 등 위험기반접근에 따른 대응조치 의무도 부과된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단계부터 동결·소각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재하도록 의무화해 스테이블코인의 자금세탁 활용시 FIU가 동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도입한 지 25년이 지남에 따라 초국가범죄 등 새로이 당면한 자금세탁 현안에 대한 대응역량의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영세업체여서 제대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FIU는 현장점검을 통해 경영개선을 유도하고 특금법령 위반시 엄정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5~7개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부실 사업자에 대해 자본잠식 해소방안 등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이행하기로 했다. FIU는 재무상태 심사 근거를 도입하는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부실 사업자의 신규 진입과 유효기간 갱신을 제한할 계획이다.

한편 FIU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FIU는 “FATF의 핵심 권고(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의무)는 최대한 도입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관련 직역과 협의해 특금법 개정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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