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부동산과 전면전 선포, 이번엔 성공할까

2026-02-05 13:00:54 게재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집값을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입지가 좋은 다양한 부지를 주거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29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팔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점을 고려, 기한 내에 계약을 하기만 하면 중과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그는 이어 1주택자도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향후 다주택자를 겨냥한 추가적인 보유세 강화나 강력한 환수조치가 뒤따르고 1주택자 양도세 감면 기준도 ‘보유’에서 ‘거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대통령의 초강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경 입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나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어렵게 마련한 1.29 공급대책마저 비판에 직면하자 나왔다.

정부는 이 공급대책에서 교통·주거 여건이 좋은 곳에 6만 가구를 새로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교신도시의 배나 되는 적잖은 규모다. 이 중에는 과거 정부 시절 개발을 추진했으나 지방자치단체나 주민 반발로 공수표로 끝난 곳과 각종 변수가 있는 곳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빠르게 지어진다면 수도권 집값 상승을 상당 폭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과연 집값이 진정세로 돌아설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폭등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데다 전 국민이 부동산 불패라는 학습효과에 젖어 있고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도 바뀐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을 조이고 토지허가지역을 확대하는 등 수요 규제와 함께 공급대책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잠시 주춤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고가가 다시 나타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공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강력한 세제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로 인해 “세제는 마지막 카드로 가급적 건들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의 입장도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어도 세금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식으로 바뀐 것으로 짐작된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에 이어 출범한 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오름세가 주춤해진 집값이 내림세로 반전되자 서둘러 종합부동산세·양도세·취득세 감면과 같은 전방위적인 부동산 감세를 비롯해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를 잇달아 단행했다. 징벌적인 내용을 정상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투기 규제 장치를 많이 훼손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어 건축비 상승 등으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집값이 곧바로 오름세로 반전됐다.

부동산 시장은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법과 제도가 복잡해 섣불리 예단했다간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집값이 치솟는가 하면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진다. 각종 규제가 부작용을 낳고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가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또한 규제는 부동산의 구조적인 희소성과 상징성을 강화하는 속성이 있다. 대규모 녹지나 강을 품은 입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해안선, 생활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특정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등은 물리적으로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장의 활성화와 금융규제 등에서도 실효성 있는 처방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투기 근절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시장의 안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서울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사업장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하고 금융규제 등에서도 실효성 있는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빈발하고 이주비 대출 규제로 90%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