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3% 봉쇄조항 폐지는 아직 시작도 아니다

2026-02-05 13:00:51 게재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평가가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음을 내세운다. 즉, 현재의 양대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혹은 대표하지 않는-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들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과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생태환경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봉쇄조항이 폐지되었다고 자동적으로 양대 정당으로 가던 표가 정의당같은 군소정당에게 가겠냐는 것이다. 즉, 유권자들의 사표심리가 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국회의석보유-그것도 몇 석 안되는 소수 의석- 자체가 약자들의 대표성 강화를 보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사, 국회 반영에는 회의적

원내정당이었다가 원외정당으로 밀려난 진보정당(정의당)의 경험을 볼 때 답은 회의적이다. 원내정당이었을 때에도 정의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미약했다. 원외정당으로 밀려난 것은 3% 봉쇄조항 때문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외면 때문이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이후 경험한 진보정당의 역사는 양대정당이 주도하는 의회정치현실에서 군소정당(혹은 제3당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거나, 양대 정당 간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의석수(20석)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양대 정당을 오가며 ‘연합 형성과 파기의 역량’을 보유하고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과 득표율을 획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진보정당이 원내1석이라도 차지하면 정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얼마나 관념적이었던 것인지를 우리는 20여년에 걸쳐 경험했다.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대안 의제의 형성과 영향력있는 담론의 구사, 좋은 정책의 실현 모두 유권자 상당수의 지지와 득표력에 달려있음을 절감해야 했다. 결국 3% 봉쇄조항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정당의 실력이 문제임을 확인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정당 난립과 극단세력 원내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려한다. 정당 난립의 우려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이 우려는 해방 정국 하에서 겪은 70~80개에 달하는 수많은 정당과 정치단체에 의해 조성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의 경험에 기초한다. 최근에 들어서는 정당난립 가능성보다, 특히 극우파들의 국회 진출 시도가 우려를 자아낸다.

2016년 총선에서 기독자유당(현 자유통일당)은 정당득표율 2.63%를 얻었고, 2024년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은 2.27%를 얻었다. 두차 례 모두 3% 봉쇄조항에 의해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 득표율은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2024년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정의당+녹색당)이 단지 2.15%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원내의석을 보유한 군소정당들(진보당 4석, 사회민주당 1석, 기본소득당 1석, 개혁신당 3석)의 평소 지지율이 3%가 안된다는 것을 볼 때 그렇다. 12석을 보유한 조국혁신당마저도 3%대에 머물고 있다.

이 측면에서 볼 때, 자유통일당이 대표하는 극우파의 기세가 더 높다. 12.3사태 이후 국민의힘의 극우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정도다. 이 기세를 고려할 때, 3% 봉쇄조항 폐지로 가장 먼저 덕을 볼 세력은 극우파다. 정의당이 실력을 키워 원내 복귀에 걸리는 시간보다, 또 극우파가 아닌 새로운 군소정당들이 작더라도 자기 입지를 구축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극우파의 원내진입이 보다 빨리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봉쇄조항 폐지 민주주의 재강화에 도움돼야

아쉬움과 아이러니를 해소할 방법은 단 하나다. 3% 봉쇄조항 폐지가 민주주의 재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진보파 혹은 개혁적 보수파가 실력을 키우고 극우파를 앞질러 원내 의석을 선점해야한다. 3% 봉쇄조항 폐지 자체에 환호할 때가 아니다. 올바른 원칙이 승리했다고 자평할 때도 아니다. 3% 봉쇄조항 폐지는 좋은 정치를 향한 시작의 시작도 아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 휴마니타스칼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