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유서현 고려대 데이터과학과 입학 예정

2026-02-04 09:38:37 게재

불확실성의 시대에 통할 치트키 ‘데이터’로 새로운 길 열래요

모든 학생이 처음부터 목표 전공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서현씨도 그중 하나다.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입학한 고교에서, 목표한 바에 맞춰 공부하며 새로운 길에 닿게 됐다. ‘불확실성’이 시대를 대표하는 특성인 지금, 어느 분야에도 ‘쓸모 있는’ 데이터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 서현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서현

유서현

고려대 데이터과학과 입학 예정 (인천하늘고)

생명과학·물리학 선택한 이유? ‘공학’ 향한 진심!

고교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생명과학 계열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먹을거리부터 질병까지, 인간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식물을 활용한 실험 활동에도 흥미를 느껴 생명공학 연구원이나 수의사를 꿈꿨다. 이는 과목 선택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물리학Ⅰ·Ⅱ> <생명과학Ⅰ·Ⅱ> <고급물리> <고급생명과학>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 <수학과제탐구> <심화수학Ⅰ·Ⅱ> <고급수학Ⅰ·Ⅱ> 등 수학·과학을 중심으로 이수했다. 향후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컴퓨터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수업도 들었다. 모교인 인천하늘고는 전국 단위 자사고인 만큼 심화 과목이 여럿 개설돼 관심 분야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학문의 진리를 추구하는 자연과학보다는 세상을 편리하게 바꾸는 공학에 관심이 컸어요. 생명과학과 함께 선택할 과학 과목을 고민하다 보니 공학의 뿌리라고 불리는 물리학에 시선이 가더라고요. 당시 수술 로봇이나 로봇팔 등의 급격한 발전이 주목받기도 했고요. 생명과학과 함께 배우면 생명공학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학 과목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일부 반영됐죠.”

화면 속 데이터가 현실이 되는 순간

희망 진로가 명확했던 만큼, 탐구 활동도 처음엔 지망 분야에 집중했다. 한데 2학년이 되며 활동 주제에 변화가 생겼다. <확률과 통계>에서 조건부 확률 기반의 베이지안 통계로 의료 데이터를 탐구한 것처럼, 교과 내용에 데이터를 더한 탐구가 늘어난 것. 학교 특색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탐구’, 진로선택 과목 <커뮤니케이션의 공학적 이해>가 전환점이 됐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탐구’의 경우 처음엔 관심 밖이었지만, 자율주행에 적용되는 기술이 생명공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도전하게 됐다.

“자율주행에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해요. 코너를 돌 때만 해도 네 바퀴의 회전각과 방향, 힘의 크기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죠.마침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파이썬을 배워놔, 공학적 계산을 반영한 프로그래밍을 해볼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코너를 돌 때 앞바퀴의 조향각 차이를 조정해 안정성을 높이는 ‘아커만 조향 기구’를 장착한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직접 코딩해 주행 과정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했어요. 동시에 움직이니 차이가 바로 보이더라고요. 사실 그 전까지는 코딩이 화면에 글자만 뜨는 작업 같아서 지루했거든요. 근데 결과를 직접 보니까 코딩을 비롯한 컴퓨터 관련 전공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이론만 배우고 문제만 풀었으면 몰랐을 부분이죠.”

<커뮤니케이션의 공학적 이해>에선 선생님들이 문서 작업 시 자주 쓰는 단축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그 결과 데이터가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는 도구’라는 점을 배웠다.

“의사소통과 공학을 결합한 수업이었는데, 학생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는 사람이 선생님이잖아요. 공문부터 세특까지 과중한 서류 작성에 시달리는 선생님을 도울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면, 수업의 취지를 살리면서 재밌는 탐구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여러 번 수정하다 보니 프로그래밍이 단순히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죠. 특히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 사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함께 고려해야 의미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이후 다른 과목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탐구했죠.”

화학의 한계 넘어 데이터로 확장한 진로

전국 단위 자사고라는 모교의 특성상 높은 내신 성적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다채로운 수업과 깊이 있는 활동 기회가 많았기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주력으로 삼았다. 목표가 뚜렷했던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수시 지원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고민에 사로잡혔다.

“일관되게 생명공학을 지망했는데, 막상 지원을 앞두고 결정하려니 고민이 됐어요. 의약학 계열의 인기가 많다 보니 생명공학이나 바이오 관련 학과 역시 합격선이 높거든요. 무엇보다 화학을 이수하지 않아 다른 지원자에 비해 불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과학과 화학은 학문적 연계성이 깊기에 생명공학에서도 물리학보다는 화학 지식이 더 많이 요구되더라고요. 실제로 동아리에서 생명공학 관련 실험을 하면서 배경지식이 부족해 애를 먹은 적도 있어요.”

결국 서현씨는 전공을 분산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기존에 지망했던 생명공학 전공과 함께, 물리학 이수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공학 계열 광역 모집 단위에도 지원했다. 그리고 AI와 빅데이터 관련 전공도 후보에 올렸다.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인데, 대학 졸업 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어요. 그렇다면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활용되는 ‘큰 줄기’를 배울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부를 꼼꼼히 되짚어보니 수학과 컴퓨터, 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이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AI와 빅데이터 관련 전공에도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죠.”

고민 끝에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고려대 공과대학(학업우수형)·데이터과학과(계열적합형), 서강대 AI자유전공학부, 성균관대 공학계열(융합형)·글로벌경제학과(탐구형)에 지원했다. 이 중 5곳에 합격했고, 현재 고려대 데이터과학과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서현씨에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순간순간에 몰입하되,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마세요.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계획한 뒤, 미션처럼 하나씩 완수하다 보면 성취감이 생길 거예요. 반대로 쉬는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다른 친구와 비교하거나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 그만두세요. 불안감과 부담감만 커지니까요. 그런 고민 속에서는 정답을 찾기도 어렵고,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어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부와 활동, 휴식의 균형을 맞추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예요.”

취재 전지원 기자 support@naeil.com 사진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