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분쟁해결지원재단’ 설립 추진 중단
“공익성·중립성 훼손 우려”
출연금 2억원도 전액 반환
공익적 대안적 분쟁해결(ADR) 모델 구축을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던 (가칭)‘분쟁해결지원재단’ 설립 추진단은 5일 “재단법인 설립 신청을 철회하고 조성된 출연금 전액을 출연자들에게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광희 추진단 사무총장(한국노동교육원 교수)은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출범할 경우 ADR 본래의 공익성과 신뢰성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어렵지만 멈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분쟁해결지원재단은 갈등을 승패 중심의 소송이 아닌 회복과 대화 중심의 해결 과정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ADR 교육과정 교수진을 중심으로 노동 분야 학자, 노사관계 실무자, 노조 간부, 기업 인사담당자, 변호사·노무사, 시민사회 관계자 등 약 100명이 출연인으로 참여했다.
짧은 기간에 2억원 가량의 출연금이 모였고 정관·규정 제정과 위원회 구성 등 조직 기반도 갖춰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외부 정책 환경이 악화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ADR 제도화의 근거가 될 ‘분쟁해결지원인법’이 국회 논의에서 진척을 보이지 않고 민간 ADR 전문가 양성 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윤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먼저 출범하면 공익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보다 민간 주도의 영리사업 모델로 오해받을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내부 인사의 공익적 취지와 다른 독자적 운영 구상이 알려지면서 추진단은 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원칙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설립 자체를 재검토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사회와 발기인들이 심각한 유감을 표했고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향후 신뢰 훼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 필요했다”면서 “특히 국가 예산으로 양성된 ADR 수료생들이 영리 목적 비즈니스 모델로 활동할 경우 도덕적 논란과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출연금 전액을 반환하고,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부담하기로 했다. 윤 사무총장은 출연인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금의 멈춤은 후퇴가 아닌 더 정직한 출발을 위한 숨 고르기이고 정화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기인들은 ADR의 공익적 필요성에는 여전히 공감하면서 ADR교육을 지속하고 향후 공익성과 중립성을 강화한 공익 플랫폼 구축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