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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2기 첫해의 마침표, ‘돈로(Donroe)주의’

2026-02-06 13:00:04 게재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취임 1주년을 유럽의 한복판에서 맞이했다. 지난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분명히 했고, 본인의 리더십으로 인해 취임 1년 만에 미국의 경제가 더할 나위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그린란드를 미대륙과 유럽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로 평가하면서 미국 본토로 유입되는 어떠한 외부의 영향력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을 힘주어 밝혔다. 마가(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1년 만에 1823년의 ‘먼로주의’를 소환했고, 여기에 도날드 트럼프라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의 함의와 외피를 장식했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James Monroe)는 당시 기준으로 구 대륙인 유럽을 향해 일종의 관계 단절과 같은 입장을 표방하면서, 결과적으로 신 대륙인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우세적 지위를 인정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먼로주의의 진의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당시 미국의 입장에서는 유럽에 맞서는 힘을 키울 때까지 유럽 열강으로부터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미국의 근린 지역인 남북미 아메리카 대륙을 확실하게 미국의 영향력 하에 둬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걸로 평가한다.

‘돈로주의’는 트럼프식 일방주의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언론에 부쩍 등장하고 있는 ‘돈로(Donroe)’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Donald)과 먼로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표현이다. 따라서 ‘돈로주의’는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먼로 대통령의 전략과, 동시에 미국에게 이익이 되는 대상이라면 기존의 어떤 규범을 무시하더라도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트럼프식 일방주의가 결합된 일종의 캐치 프레이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남미에 위치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작전은 물론,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넘어서,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야 미국은 물론 모두가 안전하다는 주장까지 모든 일방주의적 접근에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위 ‘아이스(ICE) 사태’ 역시 돈로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스(Immigration Customs Enforcement, 이민세관집행국)은 미국 국토안보부(DHS, Deptment of Homeland Security)에 소속된 기관으로, 산하에 국토안보수사국(HSI, 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을 두고, 이를 통해 불법 이민자 속출에 나서고 있다. 최근의 불상사는 HSI에 속한 수사관들에 의해 빚어졌는데, HSI는 미국 전체 연방 수사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국경 수색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받은 상태로 일정 조건 하에서는 영장 없이도 수색 및 단속이 가능한 상황이다.

돈로주의는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거대한 군사력을 가진 경쟁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국경을 넘어서는 불법 이민자들 역시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설명하는 논리에서 보듯이, 마약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쉽게 설명해서 정책자원의 투입 규모와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립주의, 선택적 관여주의, 적극적인 관여주의(국제주의), 그리고 일방주의(군사주의), 통상 이렇게 4가지 입장으로 구분하곤 한다. 미국 내 여론과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고립주의와 일방주의가 선호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대체로 ‘국제주의’에 대한 공감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미국의 관여에 의한 ‘국제사회의 안정’ 사이에는 서로 주고받는 일정한 교환 이익이 있다고 믿어 왔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로주의’를 통해 이러한 교환방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작년말과 연초를 지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적인 문서 2건을 공개했다. 작년 12월 5일에는 백악관이 작성한 NSS(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되었고, 얼마 전인 1월 23일에는 국방부가 작성을 주도한 NDS(국가방위전략)이 발표되었다.

전자가 무엇이 미국을 보다 더 안전하게 만드는 국가이익이고, 이것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이라면, 후자는 그러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전략과 군사력 운용에 대한 입장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고 4개월~6개월 전후로 해서 발표되던 시점과도 차이가 많이 나고, 또한 내용과 목차에 있어서도 다소 특이한데, 이러한 점은 논외로 하겠다.

핵심만 간추리면 이들 보고서는 글로벌리즘과 자유무역이 안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동맹국들을 향한 방위 부담 강조 및 미국의 불필요한 연루에 대한 확실한 거부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 국가들에 대한 실망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의 무질서를 전망하면서, 미국은 첨단산업과 국방력을 통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 중심이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모든 대내 정책의 실행을 연동시키겠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적 차원에서 보자면 태평양과 대만에 대한 확실한 안보 유지를 강조함으로써, 트럼피즘이 한국 및 일본과 같은 동맹을 중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제거하기도 했다. 물론 태평양과 대만 보호는 한국과 일본의 역할에 대한 복잡한 고민을 초래할 것이고, 동시에 중국을 트럼프 방식으로 봉쇄하겠다는 일관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에 대한 안보 우위는 미국에게 가해지는 안보 위협을 지켜내는 가장 펀드멘털한 기초라는 점에서, 역시 돈로주의 정신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안보의 불안정성과 종전 이후 러시아의 국력 약화는 대서양 안보에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또한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인도태평양전략의 기반이 다소 약화되는가 싶었는데, 이번 NSS를 통해 인태전략은 다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1970년대 닉슨 행정부 이후,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관여는 미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소위 ‘민주·공화 컨센서스’가 이제는 확실하게 ‘인태전략’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긍정적인 관여로 중국은 변화하지 않으며, 인도와 태평양을 직접 연결하는 안보 라인, 그리고 그 라인 안에 호주, 일본과 같은 핵심 거점 국가들의 지지를 통해 중국을 관리해야 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남미 국가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한 마디로 ‘먼로주의’의 계승이고, 태평양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메리카 퍼스트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개의 핵심 전략보고서를 통해서 ‘돈로주의’는 이렇게 ‘먼로주의’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공화 컨센서스’에서 ‘인태전략’으로

소위 ICE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속단키 어려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안보 위협을 차단해서 미국의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미국 내부로부터의 사회 불안을 초래함으로써 내적 안보를 스스로 위협하는 아이러니컬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검증할 길은 없으나, 최근 한국을 향한 관세협상이 다시 고압적인 자세로 바뀐 것은 국내 정치적 부담을 더욱 적극적으로 MAGA를 실천한다는 태도를 통해 해소하려는 저의가 깔린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보게 된다.

‘돈로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본인 방식의 일종의 미국을 보호하는 거대한 그물망이다. 그 망 안에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유전, 각국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 심지어 각종 분쟁을 끝내는 평화의 수호신 이미지까지 담겠다는 태세다. 한국처럼 모든 국가 이익 차원에서 미국과 촘촘히 얽힌 나라도 흔치 않다. 채 1년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 2028년 대선, 그리고 그 이후의 미국까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