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kg 고농축 우라늄 누구 손에 맡기나

2026-05-22 13:00:00 게재

미국·이란 협상 최후 쟁점

트럼프 “미국 확보해 파괴” 이란 “해외 반출 불가”

러시아는 절충안 제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 옆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핵협상을 두고 연일 “매우 곧 끝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최대 쟁점인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이 막바지라는 표현과 달리 핵심 레드라인에서는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과 관련 “우리가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며 “확보한 뒤에는 아마 파괴하겠지만 이란이 계속 보유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은 60% 농도의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무기급(90% 이상)으로 단기간 내 추가 농축이 가능한 ‘준무기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해외로 반출해 직접 확보·폐기하는 장면 자체가 최대 성과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보다 강력한 합의”라는 정치적 홍보 효과가 크다. 단순한 문서 합의가 아니라 실제 핵물질을 미국이 넘겨받아 처리하는 과정을 대내외에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화되는 이란 전쟁과 고유가, 중간선거 부담 속에서 가시적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아래 이란 내부에서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식보다는 해외 반출을 선호하고 있다. 과거 핵합의처럼 국제사찰 체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향후 이견과 검증 논란으로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해외 반출 자체를 사실상 ‘굴복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금지했다고 이란 고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으로서는 미국에 고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장면 자체가 정권 정당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핵무기가 없는 이란은 공격받았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공격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이란 안팎에서 확산하는 상황에서 핵무기 제조 ‘잠재력’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자국 내 저농축 희석이나 제한적 핵활동 유지 등에는 열려 있으면서도 미국 반출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쟁점들에서는 일정 부분 절충 가능성도 감지된다. 미국은 IAEA 사찰을 전제로 이란의 제한적 평화적 핵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에 열려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라늄 농축 유예(모라토리엄) 기간과 관련해 “20년 정도면 괜찮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농축 우라늄 확보 문제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고수하는 사실상의 ‘레드라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미국 측 설명에도 최종 타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다.

이 틈을 러시아가 파고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방문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반출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 비공개 차담에서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며 “미국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반출안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때 실제 포함됐던 방식이기도 하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 직접 반출보다 체면 손상이 덜하고, 러시아 역시 중동 중재 역할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푸틴 대통령의 중재 시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신경 쓰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어 실제 수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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