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장기금리 상승이 보내는 신호

2026-05-22 12:59:58 게재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보다 더 눈여겨 보아야 할 변화는 주가 보다는 금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월 들어 빠른 속도로 올라 202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5%선을 넘어섰다. 한국 국고채 10년물도 미·일 장기금리 급등의 영향과 함께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예상 밖 성장 서프라이즈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4% 초반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부담을 느낀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처럼 장기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산업은 금리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최근 주가조정도 급하게 오른 주가의 차익실현과 함께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상승 배경은 성장 기대와 실질금리 상승

이번 금리상승의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중동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우려다.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와 공공요금, 서비스 가격 등 경제 전반의 다양한 가격 흐름에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 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이 앞으로의 물가흐름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 기대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는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 수요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그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수출과 기업이익, 설비투자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흐름이다.

특히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확대와 생산능력 확충 기대는 장기자금 수요를 더욱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이런 성장 기대와 맞물린 실질금리 상승의 성격이 강하다. 성장 전망이 좋아지고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 시장은 장기자금에 대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미국의 경우 국채 발행 증가가 겹치면서 장기채 보유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보다 실질금리 상승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상승은 가계와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이자 부담이 커지고 부실한 건설부문에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금리상승은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기능도 한다. 성장 기대와 자산가격 상승이 빠르게 이어지는데도 금리가 충분히 오르지 않는다면 자금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주가와 부동산의 과열이 소비와 투기를 추가로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지나치게 달아오른 기대를 적절히 조절하고 경제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한다. 시장 스스로 위험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최근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의 정상화 과정이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기 금리상승 시장의 균형 되찾게 할 것

이런 측면에서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 AI와 반도체가 만든 혁신의 기회가 실제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새로운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안정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통해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금리는 시장이 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균형을 찾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