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이유 있는 야심
중국은 대만과 수교한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아프리카 53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47개국에 상주대사관을 두고 있다. 17년 연속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지난해 대아프리카 수출은 전년대비 26.5% 늘어난 2250억달러, 흑자만 102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올해 5월 1일자로 아프리카 관세제로 정책을 단행하며 무역불균형 해소에 나섰다.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던 33개 최빈국에 더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모로코·이집트·남아공까지 모두 혜택을 받게 되었다.
미국이 지난해 종료된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연장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사이에 중국은 아프리카에 통 큰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글로벌공급망은 물론 자국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이 ‘조건부 지원’으로 망설이는 가운데 중국은 ‘무조건 환영’으로 아프리카의 마음을 사겠다는 외교적 셈법에 아프리카 원자재를 무관세로 들여오겠다는 경제적 셈법까지 더해진 것이다.
1960~1970년대 중국정부는 아프리카 독립을 지지하고 신생국들을 지원했다. 대표적 초기 프로젝트는 1970년대 잠비아-탄자니아를 잇는 1900km의 ‘타자라’ 철도사업으로, 5만명의 중국 노동자가 파견되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미국보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원조를 제공하고 있었다. 반세기에 걸친 이 집요한 관계 구축이야말로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없는 중국의 진짜 자산이다.
경제 지원자에서 안보 후견인으로 전환
중국은 대아프리카 외교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첫 해외순방은 아프리카로 남아공·탄자니아·민주콩고를 방문했다. 1991년 이래 신임 중국 외교부장은 아프리카 순방으로 외교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2025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직접투자액은 39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대부분 공적차관 위주의 투자로 중국이 수시로 부채를 탕감해주고 천연자원 채굴권을 통째로 넘겨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를 ‘부채함정 외교’라며 비난한다. 하지만 서방이 수십년간 외면한 도로와 철도를 중국이 깔아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6개 경제회랑 중 3개가 아프리카로 연결되며 투자금 2315억달러(347조원) 가운데 40%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압도적 존재감은 이제 인프라건설을 넘어 방산·재생에너지 같은 전략적 분야로 집약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코트디브아르·말리 등 서아프리카 무기의 26%가 중국산이다.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무기 사용 조건도 관대하다보니 수출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에 비해 거래가 용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무기와 경제안보협력을 묶는 패키지딜을 통해 장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군수품 판매와 주요자원 확보라는 이중적 이득을 취함과 동시에 특정국가의 정권 유지마저 쥐락펴락 하는 것이다. 경제 지원자에서 안보 후견인으로의 전환이야말로 중국식 아프리카 전략의 핵심이며,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중국은 경제적·전략적 거점인 아프리카 항구 장악에 집중하고 있다. 32개국 78개 항구를 점유해 핵심 광물자원 유통망을 확보하고 그중 일부는 군사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아프리카전략문제연구소’(ACSS)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 항구에 1달러를 투자해 13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업적 목적의 항구는 언제든 군사적 목적으로 변환 가능하며, 그 대표적 사례가 홍해와 아덴만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지부티 도랄레(Doraleh)항으로 중국은 2017년부터 이곳을 해군기지화 했다.
위기에 빛 발하는 중국의 전략적 실용주의
이란전쟁 이후 전세계가 원유공급 문제로 초조해하는 사이 이미 원유수입 다원화를 추진해온 중국은 단일지역 통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오면서 40개국 수입원을 확보해놓고 있다.
중국의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는 33%로, 앙골라·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그 대안이다. 국제적 위기 속에서도 중국이 위축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실용주의 덕분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아프리카 상주공관은 24개이며 교역 규모도 중국의 1/20에 불과하다. 반도체·배터리·방산수출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리튬·망간의 아프리카 의존도는 커지는데 공급망 통제권은 중국 기업들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 다변화와 아프리카 협력의 전략적 재설계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