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반도체와 정유산업 실적 급등락 이유

2026-05-22 12:59:58 게재

반도체와 정유산업 실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지럽다. 짧은 기간에 급등락을 보이고 있어서다. 예측이 안되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와 고도화시설을 갖춘 정유업과 어울리지 않다.

최근 벌어진 중동전쟁으로 자동차나 발전소 원료부터 농업용 필름이나 주사기까지 공급부족의 공포를 불러온 정유업은 더욱 그렇다. 영업이익만 살펴보자. 지난해 1분기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매출 가운데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부문 등을 제외한 정유부문만의 매출을 더하면 34조5900억원이다. 올해는 37조14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정도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77억원에서 올해는 4조7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가율이 무려 5352%에 달했다.

정유업 실적이 1년사이에 바닥과 천장을 오고간 셈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0.3%에서 올해는 12.9%로 수직상승했다.

정유업 1년사이 영업익 5352% 증가

반도체산업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과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합은 91조3100억원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 영업이익 8조5400억원보다 무려 969%가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정유업과 반도체는 최근 1년 사이 실적 급등락 모양이 비슷하다. 이를 설명할 만한 기술혁신이나 경쟁력 제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정유사 이익 가운데는 회계상 잡히는 이익이 절반 이상 차지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이자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1분기 영업익은 1조2832억원이다. 이 가운데 재고 관련 이익이 60% 수준인 7800억원이다. 에쓰오일도 1분기 영업익 1조2311억원 가운데 재고효과를 6343억원으로 산정했다. 재고관련 이익은 정유사가 원유를 도입한 시점과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시점 차이에서 발생하는 레깅효과 영향이다.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는 사이 원유가격이 오를 경우 레깅효과로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인 원유가격이 하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같은 일은 예전에도 있었다. 가깝게는 2020년 정유4사 영업손실이 5조514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2022년 10조3550억원을 기록, 2년 만에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당시 일부 정치권은 이같은 실적에 “횡재세 부과” 운운했다가 정유업 이해 부족이라는 비난을 샀다.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 도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를 겪다보니 정유산업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일부 민간대기업 위주로 2부제 또는 5부제 운행 등 단축을 하고 있고 수출통제를 하고 있지만 대체적인 석유제품 수급은 현재까지 어려운 상태는 아니다. 그 배경에는 우리 정유산업의 국내 생산량 40%를 수출하는 구조가 있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석유제품 생산량이 내수 규모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수출물량까지 확보하고 있어서 위기상황에 수출규제를 할 경우 내수 사용일수가 늘게 된다.

우리 정유산업 정제능력은 세계 5위다. 특히 단위공장별 원유정제시설 규모면에서는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단위공장별 규모로 2위(SK에너지 울산공장), 4위(GS칼텍스 여수공장), 5위(에쓰오일 울산공장) 정제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만족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다른 국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점도 경쟁력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유사 대비 13~21% 에너지 효율이 높다.

정유사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값싼 석유제품을 공급해 국민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기준 휘발유 세전가격은 OECD 평균대비 리터당 307원 낮다. 경유는 306원 싸다. 정유시설을 폐쇄하고 석유제품 수입정책을 펴온 호주는 이번 중동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2월 말 전쟁 직전 휘발유 도매가격은 리터당 154.4호주센트였다. 3월 4주차는 246.3호주센트까지 올랐다. 경유는 같은 시기 164호주센트에서 301호주센트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휘발유는 180호주센트, 경유는 225호주센트로 낮아졌다.

원유 중동의존도 낮추어야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와 가공하고 수출하는 경쟁력은 높다. 문제는 석유제품 수급불안을 없애기 위한 원유수급대책 필요성이 더욱 짙어졌다. 원유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유의 중동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원유수입 다변화정책으로 2021년 중동 의존도는 59.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원유 수입이 줄면서 중동의존도가 다시 높아졌다. 지난해 원유 중동의존도는 69.1%였다.

범현주 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