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금융시장 흔든 연준의장 교체 리스크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연방준비제도(Fed) 수장 교체에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연준의장에 지명한 지난달 말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다. 금융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준의장 교체의 저주라 부를 정도다.
파월 의장 취임 초기인 2018년 2월과 버냉키 의장 취임 당시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발작 증상을 보였다. 그린스펀 의장 취임 3개월 만인 1987년에는 검은 월요일 증시 폭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1930년 이후만 봐도 연준의장 교체 1, 3, 6개월 후 S&P 500지수의 평균 하락률은 각각 5%, 12% 그리고 16%다. S&P 500지수 연간 평균 등락률을 웃도는 수치다. 이번에도 시장은 연준 지도부 교체에 격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2기 정부가 연준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워시가 연준의장에 취임하는 5월 중순 이후에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피하기 힘든 구조다.
워시의 공식 취임 이후에도 금융시장 변동성 피하기 힘들 듯
연준 개혁과제 중 우선순위는 역시 금리와 양적 긴축 정책이다. 현재 미 시장금리 수준은 연준의 중립금리인 3%보다도 50~70bp 높은 상태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금리를 3차례 인하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당장 달러 신용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의 금리에 대한 타협점부터 찾아야 할 처지다. 하지만 대규모 대차대조표 축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은행 시스템의 법정준비금 체계(ARF)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양적 긴축(QT)은 금융시장에 유동성 위험을 초래하여 금리 인하 효과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시장 유동성 유지를 위해 실용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워시는 영리하고 민활하면서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기로 유명하다. 시장이 연준의장의 성향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에 대해 차단 가능한 자질을 갖춘 셈이다. 통화정책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시장의 우려와 충격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지난해 말 밝힌 물가 구간목표도 연준의 개혁과제다. 물가목표를 2%로 정하고 인플레이션을 단계적으로 조절해온 연준이 물가목표를 1.5%에서 2.5% 구간으로 할지 아니면 1%에서 3%로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ECB)이나 영국 일본처럼 물가목표를 정해서 관리하기보다 구간을 정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장단점도 분명하다.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시장의 가격 기대를 안정시켜 투자와 소비를 비롯해 환율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시적 공급 충격이나 경제 구조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물가목표를 구간으로 운용하는 중앙은행은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스위스 등이다. 이들 국가가 재정정책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서둘러 대응하지 않은 이유다. 거시경제 금융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기에도 안성맞춤 격이다. 미국 근원 소비지출물가(PCE) 상승률은 12월 기준 3.0%로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개인소비세와 관세 환급 등이 이뤄지는 올 상반기에는 3.5%로 올라갈 전망이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까지 고려하면 논리상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4분기 실질 GDP의 68%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도 3% 늘어난 상태다. 3년간 이어진 증시 상승세로 가계 자산도 크게 증가했다. AI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 열기도 여전하다.
미국 고용시장도 금리 인하와는 거리감이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신규 일자리 수는 매달 평균 1만5000개 정도 늘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줄고 있다. 12월 실업률은 4.4%로 연속 3개월째 유지 중이다.
인구조사국이 지난주 발표한 예측치를 보면 이민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32만1000명에 그칠 전망이다. 18~64세 노동인구가 매월 2만명 감소한다는 의미다. 취업자 수의 변동은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할 때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이다. 워시 의장 지명 파동 직후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보관액은 1610억3671만달러(약 237조원)로 확 줄어든 게 이를 증명한다. 워시 지명 전인 지난달 28일 1743억8300만달러에 비하면 약 19조원이 감소한 셈이다. 국내 증시도 큰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10일 연속 상승하며 50선까지 넘나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5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달러당 원화 환율도 1472원 선까지 치솟았다. 연준의장 교체로 인한 혼란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찰과 대응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