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정점으로 치닫는 ‘탐욕과 공포의 시대’

2026-02-09 13:00:00 게재

요즘 증시와 코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잣대 중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라는 것이 있다. 0~100이란 구간을 놓고 0에 가까울수록 공포가 크고, 100 가까울수록 탐욕이 큰 상태임을 보여주는 잣대다.

세부적으로 0~20은 극한 공포, 20~40은 공포, 40~60은 중립, 60~80은 탐욕, 80~100은 극한 탐욕 상태로 분류한다. 가격, 변동성, 금융파생상품 등 5~7개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추출한다.

증시에서는 CNN머니가 개발한 지수가, 가상화폐시장에선 코인마켓캡이 자체 개발한 지수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종전 증시에도 '공포 지수'는 있었다.

하지만 '탐욕 지수'는 없었다. '투기'라는 말 대신에 '투자'라는 점잖은 용어를 선호하는 시장 투자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포와 탐욕 지수'가 나온 이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의 본질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를 보자. 비트코인이 대폭락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7만달러가 단박에 무너지고 장중 6만달러까지 무너질 뻔 했던 지난 6일의 경우 공포와 탐욕 지수는 극한 공포를 나타내는 5까지 추락했다.

이 지수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심리가 '투매'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그 전주에는 탐욕 단계였던 28, 한달 전에는 중립이던 49였다. 한달 새 코인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공포에 감염돼 왔는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탐욕과 공포 구간 오가는 금융시장

반면에 코인 가격이 수직상승하던 작년 5월 23일 이 지수는 76으로 탐욕이 역대 최고치였다. 당시 시장에선 바람잡이들이 “비트코인은 100만달러까지 갈 것”이란 말까지 거침없이 했다.

하지만 지금 와 이들은 앞다퉈 “나도 모르겠다”고 발뺌 한다. “코인 정권이 되겠다”고 호언했던 트럼프 미국 정권도 벼랑 끝에 몰린 코인업계의 절박한 SOS 요청에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영화 '빅숏(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수조원을 벌었던 마이클 버리 스키온자산운용 대표는 처음부터 코인을 '금융사기'라고 규정하며 비판적이었다.

그는 비트코인이 7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비트코인 세계최다 보유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보면서 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고, 6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존립을 위협받게 될 것으로 경고했다.

더 나아가 5만달러까지 깨지면 코인시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자산시장들도 재앙적 위기에 직면하는 '죽음의 회오리'에 빨려들 것이란 섬뜩한 예언을 했다.

요즘 국내에서도 거침없이 '투기'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다름아닌 이재명 대통령이다. “경남은 아파트 한채가 3억원이라는데, 서울은 한평이 3억원이라니 말이 되나”, “영원히, 하늘 끝까지 올라갈 수는 없다.

정상에 올라가면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때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것이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망국적 부동산투기는 반드시 잡겠다”,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 등등, 연일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정책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은 더 나아가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잡히지 않을 경우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식으로 거래는 낮추고 보유세를 고가 주택의 경우 시가의 1%까지 매기면 고가 주택 보유자는 연간 최대 억대 보유세를 내야 한다. 지금 코인, 부동산, 주가, 금은값 등 글로벌 자산시장에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잔뜩 거품이 끼어있다는 게 중론이다.

바늘이 풍선을 찌르면 '팡' 터지듯, 어디에서부터 자산거품 파열이 시작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한번 거품 파열이 시작되면 연쇄 파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거품측정 지표, 닷컴버블 직전의 80%

'헤지펀드 대부'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주식 시장 상황은 거품이 명확하다”며 “거품 측정 지표는 1929년 대공황 직전이나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지기 직전의 80%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 미국 경제는 나의 '빅 사이클'이론에서 질서 붕괴 직전 단계에 진입했다”며 “막대한 부채와 재정 위기가 통화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트럼프발' 달러 기축체제 붕괴와 자본전쟁 발발을 우려했다.

'공포와 탐욕', 어찌 보면 인간이란 동물이 꾸린 사회의 본질이자 숙명이다. 우려되는 건 과거 공황 발발때마다 그러했듯, 약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뉴스앤뷰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