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불만 터졌다…당청관계 중대고비
검찰개혁·입법지연·합당·2차 특검 이견
청와대, 불편함 애써 감추며 ‘봉합 모드’
지선 앞두고 여권 내 갈등 불씨는 여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 사이에 누적돼 온 긴장과 불만이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을 계기로 한꺼번에 표면화됐다.
검찰개혁안 수정,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입법 속도를 둘러싼 이견이 차곡차곡 쌓여온 가운데, 특검 인선 논란이 ‘임계점’을 넘기며 정권 초반 이례적인 당청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2차 종합특검 후보(전준철 변호사)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변호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보고받은 뒤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 이런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이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 대표는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간접 사과한 후 9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선 직접 사과를 했다.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 역시 이날 회의에서 “전 변호사가 대북송금 조작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면서도 “(추천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음을 느낀다. 좀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책임론 제기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친명’ 이건태 의원은 이 최고위원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그 외에도 △합당 추진 문건 공개 및 감찰 △당 의사결정 시스템 정상화 등 5대 과제를 제시하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불신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공소청에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두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 역시 갈등의 불씨였다. 특히 마치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당의 설명이 나온 데 대해선 청와대의 적극적인 시정 요구가 있었고, 이는 결국 당이 따로 언론 공지를 낸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사태의 장기화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8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청와대도 공식적으로는 “특검 인선은 종합적 판단의 결과”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9일 청와대 관계자는 내일신문에 “지금 말을 하나 더 보태면 사안이 더 커지게 된다”며 자제하는 입장을 취했다. 대미 관세 리스크 등 쌓여 있는 국내외 현안 속에서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에서 당청 균열이 장기화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도 당청간 갈등을 키울 수 있는 난제는 쌓여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많다. 무엇보다 당청간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몰라도 당내 친명, 반명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당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이미 점화된 국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균열이 일시적 봉합에 그칠지, 구조적 갈등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당내 권력 재편 흐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당 지도부가 이재명정부의 성공이나 민주당의 승리같은 가장 중요한 가치보다 개인적 판단을 앞세우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형선·박준규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