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권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자

2026-02-10 13:00:02 게재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권위주의다. 민주화 이후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군부정권의 유산인 권위주의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여당 지배다. 대통령이 총선후보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에 개입함으로써 여당을 지배한다.

대통령의 통제에 놓인 여당은 국회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여당이 소수당일 때는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하고, 다수당일 때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보조 조력자에 그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이제야 높게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권위주의 타파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체결에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노 대통령은 불가피성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여당이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치 민주화의 첩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독자적으로 보이는 행보를 두고 비당권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여당은 대통령의 심기에 따르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권위주의 기반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의 여당 지배, 권위주의의 산물

정청래 대표가 1인1표 제도를 도입하려 했을 때 친명파 의원들은 정 대표의 차기 당권 장악 의도를 의심했다. 당원 주권 정당이라는 대의명분에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었지만 정 대표의 당내 세력이 커지면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다.

여전히 여당은 대통령에 순종하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식이 친명 의원들 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청래 대표가 2차 종합 특검 후보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것을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했다는 소식이 민주당을 들끓게 하고 있다. 전 변호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대북 송금 조작 의혹사건 변호를 맡은 경력이 문제의 발단이다.

친명 중심의 비당권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대통령의 격노에 정 대표는 즉시 공개 사과를 했다.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의원이 당내 인사 검증이 부실하여 발생한 단순한 과오라고 변명했지만 친명의원들은 이성윤 의원이 친청이라면서 대통령에 맞서려는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불신의 바탕에는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여당 인사는 용인할 수 없다는 권위주의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 속에서도 권위주의 정서가 다분히 발견된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정 대표에게 배신을 넘어 반역이라는 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도가 넘은 것이다. 또한 정 대표가 전 변호사를 추천하여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낀 것에 대해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과한 표현으로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역시도 권위주의 문화의 산물로 보인다.

흥미롭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 공소청의 보완 수사권에 관한 민주당과 대통령의 의견차이다. 대통령은 아주 예외적으로 보완 수사권을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의총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 원칙에 따라 공소청의 직접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고 단지 중수청이나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소극적 권리만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주당 의원 총회의 결정인 만큼 이를 그대로 입법화할지 혹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될지가 궁금하다. 낮은 확률로 민주당이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낮은 확률로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 재의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충돌로 보이겠지만 여당이 대통령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친명계 의원들 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무조건적으로 강하게 맞서서 대통령을 비호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팬덤 집단을 자극하고 동원하여 당내에서 투쟁적인 갈등을 양산하게 된다.

정 대표에 대한 강한 비난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의 표출이라고 생각하는 여당 정치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경계하여야 한다. 그런 정치인들은 여전히 집권자에 대한 무조건 충성을 덕목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청관계, 8월 당대표 선거 분수령 될 듯

이번 8월에 있을 당대표 선거는 명·청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대통령은 내심 박찬대 의원을 지지했지만 정청래 대표가 선출되면서 당청 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 대통령이 과도하게 간여하게 된다면 다시금 대통령에 종속되는 정당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권위주의 의식 수준을 가늠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