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남긴 것

2026-02-10 13:00:02 게재

얼마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이 있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고 서류전형과 면접 등에서 특정 지원자 점수를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로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약 10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금융권은 물론 사회전반에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편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누구는 기소되고, 누구는 빠진 것은 정치적 배경 때문이 아니냐”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은 채용비리가 전혀 없었다는거냐”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사법적 심판을 통해 40명 가까운 은행 고위직과 중간관리자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은행 신입사원 채용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응시자의 학력이나 주소 등 경제·사회적 위치를 추정할 만한 자료를 없앤 블라인드 채용이 정착됐다. 서류와 필기, 면접 등 꼼꼼한 심사와 테스트를 거쳐 뽑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면서 지적한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업무 방해 행위’가 절차적 제도개선으로 해소됐다고 은행권은 강조한다.

하지만 제도와 관행이 바뀌었다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은행이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연간 500명 이상 많게는 1000명 가까운 신입행원을 뽑던 개별 은행들은 최근 5년간 채용규모가 평균 200~3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신입사원 채용은 모두 합쳐도 1000명 안팎에 그친다.

그나마 시험에 합격하고 1년 이내 퇴직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중복 합격 등의 이유로 추정된다. 퇴직으로 인한 결원은 추가로 뽑지 않는다. 숫자보다 신입채용 규모는 훨씬 적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필요하면 적재적소에 경력직을 뽑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다.

연간 수십만명의 고졸 및 대졸 구직자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은행원은 선망의 대상이다. 신입사원 급여는 중소기업 관리직 수준이고, 한번 들어가면 최소 30년 있을 수 있는 꿈의 직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은행이 이자장사에 혈안이라고 윽박지르고, 은행 경영진은 정치권과 당국 눈밖에 나지 않으려 저자세로 일관한다. 노조는 “왜 다른 은행보다 덜 주냐”고 은행장 출근을 막는 등 강경투쟁을 일삼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문제를 얘기하면서 “청년들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은행 채용비리사건 10년, 청년의 피눈물을 닦아 주고자 누군가 나선 적이 있는가. 이런 게 문제의 본질 아닌가.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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