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합당 논란’ 후폭풍…시스템 회복, 계파 갈등 관건
3주 만에 사과·출구 전략 … 정청래 리더십 타격
8월 전대 변수 커지고 ‘지선 후 합당 논의’ 불투명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지방선거 전 합당’ 승부수를 던진 정청래 대표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고, 3주간 극심한 내홍을 겪은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라는 앙금이 남았다. 이번 논란이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방선거 연대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 최고위에서 “더는 합당 논란으로 우리의 힘을 소비할 수 없다”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총단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10일 저녁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회의를 연 뒤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 대표는 긴급브리핑을 통해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합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부 논의 없이 정 대표의 독단적인 합당제안 후 당 안팎에서 불거진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합당 제안을 거둬들이는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합당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당내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제안했다. 지방선거 공조와 합당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거대 여당의 시스템 무력화 논란 = 3주 만에 막을 내린 합당 추진 논란으로 민주당의 내부 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 청래 대표의 독단적인 합당 제안과 지도부 안의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반발, 김민석 총리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입장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합당 협상을 진행할 조국혁신당과 조 국 대표에 대한 이념·정체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원중심 민주정당을 강조하면서 원내정당의 합당을 사전논의 없이 전격적으로 제안한 것도 문제였지만 공개회의 때마다 당 대표와 협상 대상에 대해 무차별 공세를 가하는 것도 이례적인 장면이었다”면서 “그간 찬반이 있는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 방향을 정하고 동의를 구하던 민주당의 전통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의원은 “시스템 정당을 자부한 민주당이 순간적으로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의 동력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린 특검 후보 추천 논란도 시스템 오작동의 단면으로 지목된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여당의 입법 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주문을 내놓던 상황에서 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쌍방울 회장 변호를 맡았던 인사를 추천한 것을 놓고 대통령에 대한 ‘배신’, ‘모독’이라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 대표는 지도부 안에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여당이 국정운영을 위한 정책과 입법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협의없는 합당에만 주력한다는 내외부의 불만을 자초한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당권·비당권파 갈등 예고편 = 정 대표가 내부의 반대 여론을 수용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정 대표를 향한 내부의 불만과 불신이 다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합당 반대를 외친 당내 인사들 다수가 비당권파로 분류되거나 정 대표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 입장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내홍이 차기 당권 경쟁과도 맞물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 일각에선 정 대표의 합당 추진 이면에 8월 전당대회 연임 도전을 포함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계산으로 보는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잠재적 당권주자인 김민석 총리가 ‘통합론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합당으로 인한 갈등은 문제”라고 합당 논란에 가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 대표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 등 당내 의원 70여명이 오는 12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발족을 앞둔 것도 관심이다. 박찬대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시절 2기 지도부로 활동했던 인사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 내홍 정국에서 정 대표 행보를 비판했던 비당권파가 본격적인 견제권 행사에 나서는 것으로 비친다.
◆지방선거 연대 등 갈등관리 시험대 = 합당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격한 논란을 불러온 합당 갈등은 일단 물밑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포함한 지방선거 전략과 준비 등이 갈등관리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의 리더십 회복과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11일 최고위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제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혁신당과의 선거 공조 등의 문제를 잡음없이 풀어내는 것이 1차 관문이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연대 및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한다”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 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그간 ‘호남권 경쟁, 수도권·영남 협력’ 구상을 밝혀왔다. 민주당이 공천과정에서 혁신당의 구상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대표는“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