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병원 장례식장에 소규모 화장장 만들자”
심각한 화장시설 수급 불일치 대안 제시
이창용 “초고령사회는 산업적인 기회”
초고령사회를 맞아 급증하는 화장시설 수요에 대응해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작은 화장장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생기는 각종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역으로 활용해 산업화하자는 취지다.
한국은행는 10일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규모가 작은 분산형 화장시설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비교적 큰 규모의 병원 장례식장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병원 장례식장은 의료비 감면 등 의료기관과 연계를 통해 장례 및 화장 이용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병원 인프라는 이미 지역 전반에 걸쳐 다수 분포해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분산 설치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에 화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현대 기술로 화장시설도 친환경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오래된 기술을 기준으로 한 법령 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분산형 화장장 필요성과 관련 우리나라 화장시설 실태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증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화장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망 이후 3일째 화장률이 2019년 86.2%에서 2022년 73.6%로 하락했다. 지난해 75.5%로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서울은 2024년 기준 화장시설 가동여력(적정가동 건수-실제 화장 건수)이 사망자 수에 비해 -11.7%로 과부하 상태이다. 이에 반해 전북은 116.2%로 지역간 편차가 컸다.
한은은 화장시설의 지역간 수급 불균형 원인으로 지역별 부동산 관련 비용의 차이와 함께 이른바 ‘혐오시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 등을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거들고 나섰다. 이 총재는 10일 열린 한은과 연세대 공동심포지엄 축사에서 “초고령사회라는 도전을 사회적 부담이 아닌 산업적 기회로 다시 인식해야 한다”며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규제와 제도개선을 통해 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에 앞서 9일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 ‘첨단 바이오헬스 육성 방안’에서 인공지능(AI)을 바이오산업에 활용하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한 5000만명 인구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AI는 신약 개발기간을 30~50% 단축하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정밀 의료와 수술보조 로봇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선도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