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의뢰로 경찰, 쿠팡 수사 가속화

2026-02-11 00:00:00 게재

개인정보 유출 책임 규명 본격화 … 유출자 신병부터 경영진 판단까지 확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놓고 수사 의뢰 방침을 밝히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경찰은 이미 자체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합동조사단 결과가 더해지며 수사의 범위와 초점이 함께 넓어지는 모습이다.

11일 관계부처와 경찰 등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의 수사 의뢰는 단순 참고자료 전달이 아니라 형사 책임 판단을 전제로 수사기관의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절차다. 행정 조사 단계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가리는 본격 수사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는 의미다.

앞서 합동조사단은 10일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계정 규모를 3367만여개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단순한 기술적 계정 수를 넘어, 국내 소비자 피해 범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60만명 이상이 참여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며, 참여자는 계속 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사 책임 범위와 배상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출 규모 산정은 수사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경찰 수사는 개인정보 유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쿠팡 직원의 혐의 입증에서 시작됐다. 정보통신망 침입과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는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피의자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이어서 신병 확보는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국제 공조를 요청해 왔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중국 공안부를 직접 방문해 국제 공조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측 대응이 향후 수사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한·중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 이후에도 실제 송환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신병 확보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의 시선은 유출 행위 자체를 넘어 쿠팡의 사후 대응과 내부 판단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건 수준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경찰은 유출 규모를 수천만 건으로 판단해 왔다. 경찰은 이 같은 판단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자체 조사 과정과 결과 산출 방식, 보고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쿠팡 한국 임시대표를 불러 조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2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범인이 실제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건”이라고 기재했다. 경찰은 이 같은 공시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고의적인 축소나 은폐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10일 서울의 한 쿠팡 캠프 모습.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수사가 이어지면서 경영진 책임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국내 입국 시 즉시 조사가 가능하도록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김 의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점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과도 맞물린다. 국내 수사가 곧바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실관계와 판단은 미국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쿠팡Inc와 김 의장을 상대로 주주와 소비자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며,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부실과 사고 인지 이후 공시·설명 과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해외 체류 중인 외국 국적자라는 점에서 경영진 개인에 대한 강제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법상 경영진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직접 관여나 구체적 지시, 중대한 관리·감독상 과실이 입증돼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 때문에 수사 결과가 개인보다는 법인 책임이나 행정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정보 유출 피의자의 신병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의 관리 책임과 사고 이후 대응 적정성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는 미국 소송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쿠팡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쿠팡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검 수사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내달 5일 종료를 앞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불기소 처분을 둘러싼 검찰 수사 외압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전·현직 검찰 고위직과 사건 처리 관계자들을 잇달아 조사했으며, 지난 3일 쿠팡CFS 전·현직 대표와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팀은 내부 지침 변경으로 일용직 노동자 40명에게 약 1억2000만원의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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