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탄소중립법 공론화, 이대로는 안 된다

2026-02-11 13:00:21 게재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공론화가 국회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그것이다. 2년 전, 헌법재판소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올해 2월까지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공론화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할 것인지 논의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국회가 제시하는 일정이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국회 기후특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공론화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핵심 질문을 설정하는 동시에, 300명의 시민대표단도 선발해서 학습과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작년에 진행되었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정부안 준비부터 최종 결정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서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감축목표를 새롭게 정해야 하는데, 이를 2개월 만에 논의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과 연금개혁 등 다른 사례가 최소한 4개월 이상 걸렸다는 사실만 봐도, 이번 공론화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블랙박스에 가까운 공론화 설계 과정

설계 과정도 블랙박스에 가깝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이번 공론화를 안내하는 내용은 ‘국회의장이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는 비서실의 보도자료밖에 없다. 공론화위원회와 자문단, 지원단은 제대로 구성되었는지, 각각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지, 회의에서 어떤 안건이 논의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우원식 의장은 출범식에서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하고도 폭넓은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국회는 시민들이 정보를 접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 낸 기후소송 청구인과 대리인단이 국회의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다.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제 설정이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에서 논의할 의제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작년 국회에서 진행했던 연금개혁 공론화의 경우 충분한 사전 논의를 통해 소득대체율이나 연금수령 시점, 공무원연금 등과의 통합 문제 등 다양한 숙의 의제를 도출한 바 있다.

국회는 이번 공론화의 의제 설정을 입법조사처나 공론조사 용역회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해관계자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결론이 열려 있고 찬반 성격이 짙은 다른 사례와 달리 이번 공론화는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을 통해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해야 할 몫이 얼마인지 살펴보고,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도록 감축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며, 감축 목표가 실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론화에서 시민들이 숙의해야 할 의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지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 때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은 도외시하고 감축기술 위주의 전문가 토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안인 만큼 그 영향은 현재 청년세대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이나 일본 등에서는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대표단에 참여하는 미래세대의 비중을 1/3 이상 반영하였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미래세대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7세부터 14세까지 아동으로 구성한 별도의 ‘의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 국회는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헌재 결정 충실하게 담보할 공론화 돼야

지난 2024년 8월,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전 세계가 주목했던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얼렁뚱땅 요식행위로 끝나지 않으려면, 설계 단계부터 이해관계자와 시민사회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충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론화를 요구한다.

권경락 정책활동가 기후환경단체플랜1.5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