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한민국 반도체 겨울을 대비하자
대한민국 대표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훌쩍 넘어 5300과 5400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이 같은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끈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실제 지난해 7월 1일 기준 5만9900원과 29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가격은 11일 종가 기준으로 16만7800원과 86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불과 7개월 남짓 만에 두 주식 모두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은 법. 혹여 반도체 경기(정확히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사그라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늘 머리 속 한켠에 자리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할 만한 기업을 찾지만 마땅치 않다.
1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하는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6’이 개막했다. 참가 기업은 550개, 부스는 2400개가 넘는 대규모 전시회다. 참가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 비율이 60%에 이른다. 예전에 비해 국내 기업 참가가 늘었다는 것이 주최측 설명이다. 하지만 관심을 받거나 주요 발표자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국내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장비와 소재분야는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KLA ASE 등 해외 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국내 장비와 소재 기업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직은 규모나 제품 기술력에 있어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아직 메모리 제조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 경쟁은 단순히 성능개선을 위한 기업간 경쟁에서 벗어나 설계 제조 패키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간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 볼 것이 대한민국과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겨루고 있는 대만이다. 대만은 설계 제조 후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많다. 우선 제조에선 파운드리 분야 절대강자 TSMC 뿐 아니라 UMC PSMC 등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설계분야(팹리스)에선 미디어텍 리얼텍 보나텍 등이 10위권 안에 있다. 후공정에선 세계 1위 ASE와 함께 KYEC 파워텍 등이 유명하다. 이들 기업이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독자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 이유다. 여기에 팹리스 업체들이 설계하면 파운드리가 제조하고 후공정 업체들이 패키징 등으로 마무리하는 형태의 수직적 분업 구조도 경쟁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는 어느 산업보다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분명하다. 머지않은 기간 안에 AI발 훈풍이 끝나고 겨울이 온다. 이를 버텨내기 위해선 계절을 타지 않는 체력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