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강행, 한쪽은 협상…민주당 ‘냉온탕 입법’ 통할까
비쟁점 법안 80여건 통과시켜도 70여개 민생 법안 ‘볼모’로 남아
대통령-거대양당 대표 회동 하루 전 민주당 쟁점 법안 강행 처리
12일 국회의장실 핵심 관계자는 “여야 원내수석들 간의 협상으로 비쟁점 법안들을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서 “80개 이상이 통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본회의에 이미 올라와 있는 법안이 95개이고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된 게 61개다. 156개 법안 중 절반 정도만 본회의에 올리고 나머지 70여개는 ‘볼모’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들을 모두 통과시키면 민주당이 입법 강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를 저지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법안들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차단해 왔고 이에 따라 민생 입법이 막히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주요 쟁점 법안과 민생 법안들은 ‘여당 독주 방지용’으로 켜켜이 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입법 독주’ 행보를 보여줬다. 전날 민주당 주도의 범여권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4심제”라거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것”이라며 위헌성을 주장했다. 법안 통과 절차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졸속 통과”라며 반발했다. 이날 두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대법관 증원·재판소원·법왜곡죄)은 모두 본회의 상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왜곡죄·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 등 법원조직법, 검찰 개혁 관련해서 공소청법·중수청법도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이달 중 본회의까지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 이후 민주당 단독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셈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대법원의 우려를 무시한 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사법독립을 훼손하는 입법 폭주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은 행정통합법, 대미투자법 등 입법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거대 양당 대표에게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제안했다.
친이재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 경제, 물가,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미투자법, 지역통합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행정통합법은 여야 지도자들과 대통령이 만나서 통 큰 호응과 선언이 있으면 대단히 탄력을 받고 진행할 수 있고 대미투자법 관련해서도 트럼프하고 미국이 한국의 관세협상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속하게 법을 통과시켜주면 한미 관세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의견 조율 없이 깜짝 회동, 번개 회동을 하는 것으로 성과보다는 보여주기에 초점이 맞춰진 회동”이라며 “야당의 경우 대통령의 입법 요구 등에 협조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이어 “만약 협조를 하게 되면 오히려 야당 지지층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상황으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