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위협받는 종목, 월가 무차별 투매
“일단 먼저 팔고 나중에 따져본다” … AI 도구 하나에 금융주 폭락
최근 매도세는 10일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가 공개한 AI 세금 전략 플랫폼 '헤이즐(Hazel)'이 촉발했다. 이 도구가 몇 분 안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내세우자 찰스 슈왑, 레이먼드 제임스, LPL 파이낸셜 주가는 7% 이상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도 2.4% 하락했다. AI 기반 세금 설계 플랫폼이 전통 금융자문 업체들의 수익성 높은 서비스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즉각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CNBC의 분석이다.
일부 종목은 작년 4월 무역전쟁 충격장 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AI에 쏟아부은 수천억달러 투자 속에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이 번지며 ‘먼저 팔고 나중에 따지는’ 심리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가벨리 펀드의 존 벨턴은 “잠재적 교란 위험이 있는 기업은 무차별적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가져올 발전은 지난 몇 년간 월가의 핵심 화두였다. 기술주가 상승장을 이끌면서 거품이 터질지, 생산성 붐을 일으킬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주 초부터 AI 제품 출시가 잇따르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투자자들은 ‘승자 고르기’보다 대체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을 보유해 손실을 입는 일을 피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라나이트셰어스의 윌 라인드 CEO는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지난해가 AI를 믿지만 활용처를 찾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활용처가 드러나며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앤스로픽의 새 도구 출시를 계기로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금융서비스, 자산운용, 법률서비스까지 불안이 번졌다. 투자자들은 AI가 기존 재무자문 회사들이 제공해 온 수익성 높은 서비스 일부를 대체하거나, 최소한 마진을 깎아 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9일에는 인슈리파이가 챗GPT 기반 자동차 보험료 비교 앱을 공개한 뒤 보험 중개사 주가까지 크게 흔들렸다.
알트루이스트 제이슨 웽크 CEO는 “여러 투자회사 시가총액에서 수십억달러가 증발한 데 놀랐다”면서도 “자사 제품의 경쟁 위협이 그만큼 강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팀 단위로 하던 업무가 AI로 월 100달러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AI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존재감을 넓혀 왔고, 다른 산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다만 기술 채택 속도를 둘러싼 물음표는 여전하다. 은행 산업은 과거 암호화폐, 전자결제 등 기술 도전에 직면했지만 지배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존 벨턴은 “산업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지만, 기술에 의한 교란은 대체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조정은 AI 지출 붐과 견조한 미국 경기로 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불안이 겹친 결과라는 해석도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거버 가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는 “‘AI 패자’ 공포는 성급하다”며 “실제 파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AI와 연관성이 적은 전통 업종의 몸값은 치솟아 ‘순환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잇따른다. 배런스에 따르면 필수소비재 업종으로 자금이 몰리며 월마트·코스트코의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 안팎까지 올라 과매수 우려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