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러그만 꽂는 태양광’ 추진
24개주 소형 플러그인태양광 허용법안 검토 … 진보·보수 ‘에너지 자급자족’ 대안 부상
미국 각 주 정부가 주민들이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 도입’ 법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발코니나 베란다, 뒷마당 등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일반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해 전력을 사용하는 ‘플러그인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합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뉴욕타임즈는 11일(현지시간) “각 주 정부는 주민들이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전기 요금을 계량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입법 흐름의 출발점은 유타주다. 유타주는 지난해 미국 최초로 주민들이 소형 태양광시스템을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약 2000달러에 판매되는 이 시스템은 노트북이나 소형 냉장고를 구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복잡한 설치나 전기 기술자 도움 없이도 사용 가능하다.
유타주의 입법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포함한 23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주택 소유자나 세입자는 지역 전력회사 승인 없이 최대 1200와트(W) 규모의 플러그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미국 태양광 확산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로 꼽혀온 설치 규제와 허가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법안이 정부재정 부담없이 주민체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예산 투입 없이도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고물가·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공공요금에 대한 유권자 불만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러그인 태양광은 평균 2만달러에 이르는 기존 옥상형 태양광 설비보다 훨씬 저렴해 접근성이 높다.
유타주 공화당 소속 레이먼드 워드 하원의원은 독일 사례를 입법 배경으로 꼽았다. 독일에서는 발코니 태양광 시스템이 이미 100만가구 이상에 보급됐다. 가격 하락으로 이케아 온라인몰에서도 몇백 유로 수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워드 의원은 “소비자들이 ‘사서 꽂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함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에서도 민주당 소속 션 바그니에프스키 하원의원이 플러그인 태양광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이 제도가 진보진영의 청정에너지 지지층과 보수진영의 자급자족 성향 유권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부 전력회사와 전기노조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전기노동조합과 지역 경제단체가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으며, 전력회사들은 화재·감전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뉴욕의 콘에디슨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전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 언더라이터스 래버러토리스(UL)는 지난해 12월 플러그인 태양광 시스템에 대한 예비 인증 기준을 발표했다. 다만 전기 기술자 설치 의무화 등 일부 기준은 신생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즈는 “24개 주에서 발의된 법안이 모두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플러그인 태양광 발전 지지자들에게는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중요하다”며 “이들은 플러그인 태양광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 인증의 도입을 앞당겨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타주에서 이미 플러그인 태양광 제품 판매를 시작한 에코플로우(EcoFlow)는 인증 획득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각 주에서 플러그인 태양광 관련 법률이 통과되는 대로 더 많은 주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