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블록버스터

의료 미충족 틈새 신약이 ‘블록버스터’ 가능성 높아

2026-02-10 13:00:03 게재

차별성 뚜렷하고 환자·의료진에 실질 가치 줘야 … 연구개발부터 허가-시장진입-상업화 전주기 전략 필요

국내 신약개발 산업은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의료적 가치와 함께 미래 우리나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첨단 바이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환경 변화에서 국내 신약개발 역량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주요 과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1999년 첫 국산 신약 허가 후 25년간 성과를 축적해 2024년 말 기준 38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받았다. 하지만 국내 신약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질적 도약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향후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한 공공과 기업의 동반자적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행한 ‘국내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는데 필요한 대안을 공유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5년간 신약개발 역량과 정책 기반을 꾸준히 쌓아왔다. 하지만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필요한 ‘상업화 완주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 향후 블록버스터 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이 완주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혜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등은 ‘국내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에서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임상 경험의 축적, 해외 규제 대응 역량 강화와 파트너십 및 라이선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규모 투자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현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이를 단독으로 수행하는 한계가 있어 선택과 집중, 제형 혁신, 규제 인센티브 등 전략을 세우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 등에 따르면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의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서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차별성이 뚜렷하고 환자 의료진에게 실질적 가치를 주는 혁신신약 개발이 중요하다.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단계부터 시장진입과 상업화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신약 38개 중 상업화 실패 10개 = 2024년 말 기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으로 허가된 제품은 38개이다. 국내 시장 중심 화합물신약단계에서 점점 표적·고부가치 영역 확대와 후기 임상 허가의 글로벌화 그리고 기술사업모델 다변화로 점진적으로 고도화했다.

확인 가능한 30개 국산 신약의 평균 개발기간은 약 10.7년, 평균 개발비용은 약 423억원이었다. 시판 후 연간 처방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국산 신약은 11개 품목이다. 당뇨치료제가 4종으로 가장 많다.

처방약 1000억원 이상은 케이캡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000억원 돌파가 전망된다. 카나브패킬리-팩수클루정-펠루비정도 처방액 500억원을 넘겼다. 모두 경구용 저분자화합물로 대형 적응증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인 공통점이 있다.

또한 유한양행 렉라자는 2023년 6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후 처방액이 2023년 250억원, 2024년 478억원으로 늘어 지난해는 7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24년 12월 기준으로 판매되지 않는 국산 신약은 10개나 된다. 연 처방액 1억원 미만도 있다. 단순한 개발 성과보다 시장진입-글로벌 파트너십 확보가 상업적 성공을 좌우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정 연구원 등은 “임상 및 상업화 단계에서 경쟁력 검증과 사업 전략을 동시에 마련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시밀러 국제 경쟁력 확보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 받는 허가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큰 디딤돌이 된다.

SK바이오팜의 솔리암페톨(수면장애치료제)은 2011년 미국 바오텍에 기술이전 이후 재즈마파슈티컬스 주도로 글로벌 임상 3상을 거쳐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20년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아 국내 개발 신약 최초로 미국·유럽 동시 허가를 달성했다.

세노바메이트(뇌전증치료제)는 SK바이오팜이 발굴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전과정을 직접 수행한 첫 신약이다. 2019년 미국 FDA와 2021년 유렵 EMA 허가를 얻었다.

유한양행 렉라자(폐암 신약)는 얀센의 리브리반트(이중항체 표적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EGFR)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로 2024년 8월 FDA 승인을 받고 12월에는 EMA 승인도 받았다. 렉라자는 글로벌 파트너가 후기 임상과 허가를 담당한 사례지만 국산 항암제 최초의 글로벌 허가라는 점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성과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약(바이오베터)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수 합병(M&A)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FDA 승인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한국 제품이 5개로 미국 4개를 앞섰다. 바이오베터 분야에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SC가 FDA 허가 사례로 대표된다. CDMO 시장도 성장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중심으로 국내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기술 내재화를 위한 M&A도 확대돼 2024년 14건에서 2020년 3건에 비해 4.7배 늘었다.

◆신약 파이프라인 증가 속 임상1상 다수 =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 573개에서 2024년 1701개로 크게 늘었다. 2024년 기준 개발 주체는 바이오벤처 비중(58.6%)이 가장 높아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유형도 △저분자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재조합 단백질 △백신 △핵산 △표적단백질 분해 기술(TPD) 등으로 다양해졌다. 항체분야에서도 단클론항체(mAb)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이중항체 비중이 커지고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임상단계 진입 비율은 25.5%로 글로벌 평균 37.7%보다 낮고, 라이선스 딜도 전임상~임상1상 등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글로벌 임상을 수행 중인 사례들이 글로벌 대박을 이룰지 주목된다. 리가켐바이오(HER2 ADC LCB14), 메드팩토(TGF-β1 저해제 백토서팁), 아리바이오(알츠하이머 경구치료제 AR1001), 유한양행(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 에이비엘바이오(이중항체 ABL001), JW중외제약(통풍치료제 Epaminurad), 한미약품(GLP-1 기반 에페글레나타이드), LG화학(두경부암 항체치료제 AV-299), SK바이오사이언스(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 SK바이오팜(희귀 뇌전증 치료제 가리스바메이트) 등이 글로벌 임상 중이다.

◆틈새시장 공략 후 블록버스터로 발전 = 우리나라는 아직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는 가운데 틈새 시장을 노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가 소개됐다.

에스브리에트(Esbriet)는 인터뮨(InterMune)이 개발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로 소규모 바이오텍이 혁신 기전 확보와 임상 근거 축적을 기반으로 빅파마의 인수 파트너십을 활용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에도 틈새 질환 공략, 글로벌 임상-허가 전략, 상업화 단계의 파트너십 활용이라는 점이 시사된다.

스트렌식(Strensiq)는 알렉시온(Alexion)이 개발한 저인산증 치료제다. 극소수 환자에게 발생하는 초희귀 대사질환에서 결핍된 효소를 대체하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이 질환에서 최초의 근본치료제 역할을 한다. 스트렌식는 초희귀질환에서도 규제-인센티브 활용과 약가-보험 설계를 결합하면 블록버스터 창출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업트라비(Uptravi)는 스위스 악텔리온(Actelion)이 개발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다.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옵션이 제한된 희귀질환 시장에서 경구 복용이 가능해 환자의 순응도를 크게 개선한 혁신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악텔리온은 특정질환 집중 전략과 제형 혁신으로 틈새시장에서 성과를 만든 뒤 글로벌 빅파마 인수를 통해 블록버스터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환자 수가 적지만 미충족수요가 큰 시장을 정확히 공략하고 차별화 전략을 결합했을 때 블록버스터 성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정 연구원 등은 “국내 기업에도 경쟁이 덜한 틈새질환에 집중하고 규제-인센티브를 적극 활용, 제형혁신과 환자 편의성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희귀질환은 글로벌 임상이 필수이고 비용과 환자모집, 운영 난이도가 높아 현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단독 완주’가 어렵다. 때문에 초기 역량은 내부에서 축적하되 후기 임상과 허가, 상업화는 공동개발-라이선스 아웃-전략적 인수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완주 전략이 강조된다.

◆임상 2상·3상 투자력 확보 중요 = 전문가들은 기업의 신약개발 성공요인으로 △시장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의약품 품질 특성(TPP)에 반영하는 것 △제한된 자원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 △경쟁약 대비 차별성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과 스페셜-희귀질환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하고 목표시장 설정과 개발 속도 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험 부족을 꼽았다. 임상 개발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가 부족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개발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됐으며 앞으로도 지원이 지속적이고 확대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개선과제로는 △생물학-화학합성 등 기초연구 기반이 부족 △기초성과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의 미흡 △연구비 감소로 인한 차세대 인재 공백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 2상PoC(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개념입증)단계와 임상 3상 등 지원을 강화해 기업이 조기 기술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업화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 연구원 등은 “희귀질환 등 틈새질환에서는 바이오텍도 차별성으로 기반으로 블록버스터를 창출한 사례가 다수있다”며 “국내 기업은 미충족 수요가 큰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연구 강화와 임상지원 확대, 전문인력 양성 및 경험 공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신약개발 생태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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