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이재명 대통령 마음>은 어디에’…집권 1년, 여권 흔드는 ‘의중 정치’
합당 등 현안 처리 ‘대통령 뜻’ 경쟁적 동원
대통령실 “의중 팔지 말라”면서 여당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며 내홍 수습에 나섰다. 합당 찬반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 이면에 ‘누가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대변하느냐’는 명심(이재명 대통령 마음)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지방선거 공천과 8월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의중 정치’를 내세운 여권내 권력투쟁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내 갈등 국면, 견제 명분으로 ‘명심’ =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란은 봉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불씨를 남겼다. 정청래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였던 강득구 최고위원의 SNS 내용이 화근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까운 강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이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해 들었다며 ‘총리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편차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비당권파가 정 대표를 공격했던 배후에 사실상 정 대표의 당내 경쟁자인 김 총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대통령의 뜻 등을 언급했던 강 최고위원이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정 대표도 합당 명분으로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 성공을 들었다. 합당 추진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혼자 결정한 일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실과의 사전 교감설을 흘리기도 했다. 내부 반발을 대통령의 권위를 빌려 수습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합당에 비판적이던 비당권파도 ‘명심’을 동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합당 제안은 주류 교체를 시도해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2·3인자들의 대권 욕망”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대표의 제안을 막아선 형국이었다. 양측 모두 ‘대통령의 성공’을 말하면서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형국이었다.
◆청와대·정부의 잇단 대여 경고 = 여권 내 명심 경쟁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경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청와대나 대통령의 뜻을 말씀하실 때는 신중해 주실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합당 논의나 수습 과정에서도 청와대 의중 반영여부 등에 “합당과 관련해서는 양당이 결정해야 될 사항”이라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 어떠한 논의와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치 국회·당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뜻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이라고 말을 잇더니 “사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경제 살리기, 민생 살리기 그리고 외교, 대통령께서 매일 말씀하시는 부동산 문제와 주식시장의 문제를 감당하기도 버겁다”면서 대통령의 뜻을 전할 때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이른바 ‘명심 팔이’ 정치에 대한 경고 취지로 풀이된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도 대통령의 뜻을 빌려 정치권을 압박해 왔다. 김 총리와 강 비서실장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당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리는 “지금은 당정 모두 긴장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때”라며 “입법 속도가 곧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라고 강조했다.강 비서실장 역시 “대미투자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입법 속도전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달라”고 압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요구한 화법을 빌려 여당을 거듭 압박한 모양새다.
이재명정부 집권 1년 차, 60%대의 견고한 대통령 지지율은 여권에 강력한 국정 동력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 국면은 물론 원내대표 경선, 국회의장 후보 선출 등 국회 일정 등에서도 명심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시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을 결성해 출범시킨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당 전체 의원(162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참여하고 이 대통령의 대표시절 지도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의원들이 다수 참여한다. 이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기소를 바로잡고 국정조사 등을 추진한다는 명분이지만 정치적으론 대통령 의중을 따르는 당내 최대 계파로 등장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정무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보호막으로 활용하려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여당이 가장 유력한 정치인인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대통령을 행정영역에 가두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이나 계파의 이익을 위해 정쟁이 뻔한 사안에 (대통령) 의중을 끌어들이는 행태는 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