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장 이주청소년 ‘합법’인데 부모는 추방
외노협 “가족해체하는 반쪽 정책”
인권위에 보호자 체류연장 진정
인권·이주단체들이 국내에서 성장한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면서도 부모는 성년이 되면 출국시키는 현행 제도가 “교육권과 가족권을 분리한 반쪽짜리 합법화”라며 보호자 체류연장을 요구했다.
18개 외국인·이주민단체로 구성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이주배경아동청년팀은 11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성장 청소년 보호자의 체류기한을 연장하고 강제출국 중심 정책을 재검토하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2021~2022년 국내성장 미등록 아동·청소년에게 한시적 체류자격을 부여해 약 1200명이 합법 신분을 얻었고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했다. 올해 3월 해당 대책 연장도 발표했다. 하지만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가 19세가 될 때까지만 강제퇴거를 유예받는다.
단체들은 “하루아침에 부모 없이 자립하라는 비현실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이 된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이용이 어렵고 제한된 아르바이트와 비자 연장 시 거액의 잔고증명을 요구받는 등 생계 부담이 크다.
이날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아온 나이지리아 출신 청년 P씨 가족 사례도 소개됐다. P씨는 법원 판결로 강제퇴거가 취소됐고 형제자매 모두 비자를 받았지만 어머니에게는 4일까지 출국 명령이 내려졌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은 “이는 한 개인,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며 수많은 국내성장 이주배경 청년들의 가족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자녀는 체류를 허용하면서 양육자를 내쫓는 것은 제도의 자기모순”이라면서 “법무부가 인구감소와 인력부족 대응을 위해 정착 확대를 강조하면서 장기 거주 보호자를 추방하는 것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기복 외노협 운영위원장은 “법무부는 인권위와 국제규범이 권고하는 아동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합법화한다는데, 그 권리는 부모와 함께 살아갈 권리가 전제돼야 실현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이주배경 청소년과 가족은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곁의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인권중심 체류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