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좌우 이념의 무덤이 될 아틀라스 현장

2026-02-13 13:00:21 게재

현대자동차가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도 하기 힘든 묘기까지 연출하면서 아틀라스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 쇼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아틀라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노조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아틀라스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들과 협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투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아틀라스 투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쟁은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이념 집단에서 아틀라스 투입은 묻고 따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좌파 이념 집단 안에서는 아틀라스 투입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좌파 인사는 러다이트 운동이 과거에는 틀렸지만 지금은 옳을 수 있다며 노조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 상당한 논쟁 촉발될 것

우파 이념은 돈벌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한다. 우파는 돈벌이 기회가 확대할수록 투자가 증대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 이 시각에서 볼 때 아틀라스 투입은 더 없이 매혹적인 선택이다. 연봉이 1200만원 정도로 이른바 킹산직에 비해 월등히 싸다. 24시간 군소리 없이 일할 수 있다. 노조를 만들어 파업 위협을 할 가능성도 없고 당연히 임금 올려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한국은 산업 로봇 사용 비율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줄곧 생산성 정체와 퇴보를 거듭해 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한국 제조업이 지난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주된 원인도 생산성 정체에 있었다. 그간의 경험은 로봇 투입 확대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확인해주었다. 아틀라스가 성능에서 월등히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의 경험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이다.

글로벌 경쟁을 고려하면 사정은 더욱 간단치 않다.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꿈꾸면서 로봇 투입에 명운을 걸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만달러에 이르는 나라에서 그 정도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AI 패권을 추구하면서 피지컬 AI의 대표 격인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을 중심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단순히 아틀라스 투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좌파 이념은 아틀라스 투입을 두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무조건 투입을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 투쟁을 통해 투입 시간을 늦출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온전히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강자들과의 로봇 활용 경쟁에서 뒤처지며 생산성 하락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틀라스 투입의 저지 혹은 연기도 해답이 아님이 분명하다.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한 아틀라스 투입 대응은 그 어느 쪽도 해답이 아니라고 판명 날 확률이 높다. 아틀라스 투입이 좌우 이념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 변곡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아차 ‘이보 플랜트’가 해답 실마리 될지도

해답을 제시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현대자동차에 있다. 단순히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식은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생산성의 지속적 상승을 보장하기도 쉽지 않고 노조와의 극한 대결을 초래하면서 회사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익숙한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기아자동차 화성 ‘이보 플랜트’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AI를 이식한 로봇들이 1000여 명의 숙련 노동자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고객목적맞춤형 자동차 생산 세계 최고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