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미국 증시 저평가 끝났다”
S&P500 반등, 전쟁 전 회복 … 반도체 이익 80% 전망, 기술주 부담도 낮아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다시 비중 확대로 올렸다. 중동 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쟁 직후 위험자산 비중을 줄였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다시 주식으로 눈을 돌리면서, 뉴욕 증시도 실적 기대감을 발판 삼아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 투자연구소를 이끄는 장 부아뱅 등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블랙록은 몇 주 전 중동 충돌 격화를 이유로 위험 노출을 낮추며 관망으로 물러섰지만, 이후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 재개 움직임과 전쟁의 경제적 파급이 제한적이라는 신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휴전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전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블랙록의 진단이다.
블랙록은 실적 시즌에도 주목했다. 중동 전쟁 속에서도 기업 이익 전망치는 오히려 올랐고, AI 기대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미국과 신흥국 증시 모두를 비중 확대 대상으로 제시했다. 월가에서는 에너지·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를 올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블랙록은 특히 미국 기술주의 고평가 부담이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봤다. IT 업종의 고평가 정도가 타 업종 대비 2020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고, 올해 반도체주 이익이 80%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기술주 실적 상향을 뒷받침한다. 한국과 대만의 AI 하드웨어 업체들은 신흥국 이익 전망 상향의 핵심 동력으로 꼽혔다.
블랙록은 지정학적 분열 심화 역시 새로운 투자 축으로 제시했다. 각국이 안보 불안을 계기로 국방·항공우주 지출을 늘리고, 에너지 자립과 공급망 복원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인프라와 전력 수요도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반등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은 전면 확전 우려보다 휴전 지속과 실적 개선 기대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반등의 지속 여부는 중동 정세가 추가 악화하지 않고,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