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동전쟁과 재확인된 ‘자주국방’ 필요성
어렵게 성사됐던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협상이 결렬된 후 중동 정세는 혼돈 그 자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맹렬히 비난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역봉쇄’를 선언하자 이란의 반발로 일촉즉발의 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물밑에서는 미-이란 양측이 2차 대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언론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역봉쇄’를 선언하며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청했으나 반응은 차갑다. 대부분 침묵으로 거부 뜻을 드러내는 가운데 영국 스페인 호주 등 전통적 우방국들은 명시적으로 동참을 거부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수시로 말이 달라지고 오락가락하는 행태에 트럼프에 대한 각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리더십이 실종된 탓이다.
주한미군 주둔의 의미에 대한 국민인식 서서히 변화
중동전쟁 와중에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각국과 한국, 일본 등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걸핏하면 불만을 터뜨렸다.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독일과 스페인을 겨냥해 주둔미군 일부를 타국으로 이전한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특히 우리를 겨냥해선 “우리가 그동안 보호해 줬는데”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낸다. 마치 주한미군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양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험프리스 평택기지는 전 세계에 포진한 미군기지 가운데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현대화돼 있으며 무엇보다 바로 코앞에서 최대 경쟁국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이익을 추구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미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의 존재를 한국에 위협을 가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국민 여론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방한한 미 상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슬그머니 운을 뗀 얘기는 상징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도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정부가 기획하는 바대로 우리 한반도 방위는 우리 힘으로 자력으로 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군사비 증액뿐만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우리가 최소한 한반도 인근에서는 자체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카드’가 이제는 통하지 않음을 넌지시 전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중동전쟁에서 상대국 최고위층 암살과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며 전쟁의 포성이 멎지 않도록 한사코 어깃장을 놓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보편적 인권’을 들먹이며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도덕적 잣대로 보더라도 정당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공급 불안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로서 해야 할 말을 당당히 한 것이다. 미들클래스 중견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이제 더 이상 강대국 눈치만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모습은 ‘평화적인 대통령 탄핵사례’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존중을 받게 되고 궁극적으로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된다.
중동전쟁을 맞으며 원유도입선 다변화 등 대비책을 강구해 국가경제에 주름살이 가지 않고 서민들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당면대책을 마련하는 것 못지 않게 차제에 외교안보적으로도 우리의 당당한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주체적 독립외교’와 ‘협력적 자주국방’은 필수적이다.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즈음해 김정은-트럼프 회동도 거론되는 마당이다. 한편으로 기대가 되면서도 역지사지해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이란이 핵을 갖지 못해서 속수무책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북한을 마주해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꾸준히 조성해가야 하는 동시에 독자성·독립성을 인정받도록 ‘자주국방’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은 한미군사동맹을 통한 전략적 핵우산 확보와 함께 세계 5위권 군사강국으로 평가받고 최근 방산수출 급증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재래식 무기 강화를 통해 ‘협력적 자주국방’의 토대를 든든히 구축해야 한다.
자주국방 강화 첫 단계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서둘러야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다. 지금처럼 군불만 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식으로 요구해 관철해야 한다. ‘조건에 기초한 환수’ 문구에 얽매여 처분만 기다려선 안 된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최고위층간 담판·결단만이 전작권 환수를 앞당길 수 있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