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맑음’ 내수는 ‘흐림’…불안한 회복세

2026-02-13 13:00:19 게재

반도체 호황에 1월 수출 33.9% 폭발적 증가

소비심리 여전히 위축 … 2월 최근경제동향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에 힘입어 회복의 물꼬를 트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부활로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화려한 성적표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지친 서민들의 지갑을 닫았다. 일자리 창출 동력은 눈에 띄게 식어가고 있다. ’수출 호조‘라는 훈기가 내수와 민생 경제로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기 비대칭’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가 쏘아 올린 수출 축포 = 재정경제부가 12일 발표한 ‘2026년 2월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대외 지표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올해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9% 급증했다. 수출 회복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무려 103% 증가하며 사실상 전체 수출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 컴퓨터(89%)와 무선통신(67%) 등 IT 품목의 동반 상승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수출 대도약은 곧바로 경상수지 흑자로 직결됐다. 2025년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230억 50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2월 한 달 흑자액(187억달러) 역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다. 정부는 1월에도 87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성장의 온기는 거기까지다. 민생의 바로미터인 고용지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에 그쳤다. 지난 12월 16만8000명이었던 증가 폭이 급감하며 10만명대 선을 위협받고 있다.

실업률은 4.1%로 전년 대비 0.4%p 상승했다. 특히 경제의 중추인 40대 취업자가 줄어들고, 청년 고용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일자리의 질과 양 모두 퇴보하는 양상이다.

◆2%대 물가에도 지갑 닫은 소비자 = 물가는 전체 지표상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하며 정부의 관리 목표치에 근접했다. 다만 서민생활과 직결된 식탁과 장바구니물가는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소비 지표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9% 늘며 일시적 반등을 보였으나,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세가 둔화되고 할인점 매출액이 급감하는 등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불안한 회복‘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실물 지표들은 안개 속에 갇혀 있어서다.

또 다른 변수는 대외 불확실성이다. 정부도 글로벌 통상 환경의 악화를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 등 주요국의 관세 부과 정책이 현실화되면 반도체에 편중된 우리 수출 구조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 또한 물가안정 기조를 언제든 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내부적으로는 고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내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현재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민생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비·투자·수출의 부문별 활성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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