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니트 비율 15.8%, 사회적 위험선 9% 무너져

2026-02-13 13:00:40 게재

사회적 약속의 부재·불이행 청년 불신 키워 … EU ‘청년 보장제’로 국가 책임 부과

한국에서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 청년 인구가 다시 늘면서 니트(NEET)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니트는 취업·교육·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청년(15~29세)의 비율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24년 기준 EU 전체 청년(15~29세) 가운데 니트 비율은 약 11.0%로 집계됐다. 2023년(11.3%)보다 0.3%p 낮아진 수치다. EU 전체의 청년 니트 비율은 2014년과 2024년 사이 약 4.7%p 하락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대형 충격을 겪고도 유럽의 청년 니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EU는 이 흐름을 정책 목표로 제도화했다. 2030년까지 15~29세 청년 니트 비율을 9%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유럽에서는 니트를 ‘일하지 않는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노동·사회적 통합이 동시에 끊긴 사회적 상태로 본다.

‘일하지 않는 청년’ 아닌 사회권의 문제

EU가 니트 문제를 9%라는 수치로 관리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회원국의 경험에 따르면 청년 니트 비율이 10%를 넘는 시점부터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청년층이 빠르게 늘고 노동시장 재진입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경우 실업급여와 사회부조 정신건강·보건 지출 치안·사회통합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9%는 이러한 악순환이 구조화되기 전 지켜야 할 ‘사회적 위험선’에 가깝다.

특히 유럽 다수 국가는 고령화로 연금·의료·돌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니트 청년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미래 노동력과 납세자 사회보험 기여자의 감소를 뜻한다. 니트 감축이 재정 연금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된 배경이다.

EU는 2017년 ‘유럽 사회권 기본원칙’을 통해 누구도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돼서는 안 되며 청년은 학교를 떠난 뒤 4개월 이내에 일자리·교육·직업훈련·인턴십 가운데 하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이른바 ‘청년 보장제’다. 니트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 약속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EU는 9%라는 구체적 목표치를 설정해 회원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국가도 적지 않다. 2024년 기준 네덜란드 스웨덴 몰타 아일랜드 슬로베니아 덴마크 독일 체코 포르투갈은 모두 청년 니트 비율이 9% 미만이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청년의 교육·훈련 참여율이 높고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 속도가 빠르다. 반면 EU 평균을 크게 웃도는 그리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에서는 청년의 14% 이상이 취업·교육·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3년 한국의 청년 니트 비율은 15.8%로 사회적 위험선으로 여겨지는 9%를 크게 넘어섰다. 유럽 사회권 기준에서 보면 한국의 15~29세 청년 니트 비율이 16%에 다다랐다는 사실은 청년 개인의 위기를 넘어 사회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패 신호로 해석된다.

회복하기 어려운 인적자본 손실 누적

이는 전체 청년 1/6이 교육에서 노동으로, 다시 사회보험 체계에 편입되는 시민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연결 사슬에서 이탈했음을 의미한다. 학교 졸업 이후 일자리 직업훈련 향상 훈련은 물론 인턴십·재훈련·전직 지원과 같은 전환 프로그램 가운데 어느 경로로도 연결되지 못한 청년이 대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유럽의 경험은 니트 비율이 10%를 넘는 순간 노동시장 재진입 확률이 급락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인적자본 손실이 이미 누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이는 미래 납세 기반과 사회보험 재정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졸업 이후 장기간 노동시장에 통합되지 못하는 상황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취업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되고 정책은 사후적 지원이나 단편적 사업에 머무른다. 청년을 교육·훈련·취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의 높은 청년 니트 비율은 정책 수단의 부족이 아니라 사회권에 대한 국가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회적 약속의 부재 혹은 불이행은 결국 청년의 사회적 불신이 깊어지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