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독일 촉진제도

독일, 직업훈련·인턴십으로 학업과 직업을 연결

2026-02-13 13:00:39 게재

청년 니트 8.5%, 학생인 노동자, 노동자인 학생으로 노동시장 정착 … 한국은 ‘쉬었음’ 청년 사상 첫 50만명 돌파

청년 ‘쉬었음’ 인구와 니트(NEET,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청년) 비율 증가는 단순한 고용통계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다시 사회보험 체계로 이어지는 제도적 연결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묻는 사회권의 문제다.

한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낮아지는 가운데서도 ‘쉬었음’ 청년이 사상 처음 5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 니트 비율도 15%를 웃돈다. 취업 실패가 구직 포기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에 이 현상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청년이 노동시장 진입 이전 어떤 제도적 경로를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혹은 이탈하게 되는지를 살핀다.

특히 학업과 직업을 제도적으로 연결해 청년을 ‘노동자’로 편입시키고 장기간 노동시장 밖 머무는 상태를 구조적으로 차단해 온 독일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쉬었음’ 청년 문제를 짚어본다.

독일 인턴십(Praktikum)은 직업 세계를 처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턴십을 통해 직접 얻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글로 배울 수 없다. 출처: https://ausbildung-pforzheim.de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청년 ‘쉬었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말하는 ‘청년 쉬었음 인구’란 일할 능력은 있지만 취업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층을 가리킨다.

2025년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연평균 4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됐던 2020년(44만8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통계청의 ‘202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해당 연령대의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에 이르며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가 경기 변동과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채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독일 청년 니트 8.5%, 한국의 절반 수준 =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흐름이 청년 실업률의 변화와 상반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2005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대체로 7~9%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후 2015년 전후와 2020년대 초반에는 10% 안팎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에는 청년 실업률이 점차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5~7%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쉬었음’ 청년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실업상태를 벗어나는 방식이 안정적인 취업이 아니라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의 상황은 다르다. 2024년 기준 독일의 취업·교육·훈련에 모두 속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 비율은 8.5%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에서는 청년층이 장기간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한 채 머무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청년들이 장기간 실업이나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독일의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한국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원화 직업훈련과 고등교육, 청년 고용의 안전망 = 독일의 의무교육 과정인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대학이나 전일제 직업학교 등 정규 교육과정에 재학하지 않는 경우 만 18세까지 직업학교나 직업준비과정 참여 의무가 있다. 독일 직업교육·훈련 체계의 중심에 있는 이원화된 도제식 직업훈련 과정에서 훈련생은 법적으로 ‘노동자’에 해당한다.

직업훈련법에 따라 기업과 훈련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훈련수당을 받으며 연금·건강·실업보험에 가입된다. 훈련기간 동안 쌓은 경험은 곧바로 경력으로 인정되고 많은 경우 훈련이 종료되면 해당 기업에서 정규 고용으로 전환돼 경력을 쌓아 간다. 직업교육은 노동시장 진입의 주된 경로로서 ‘아직 직업이 없는 청년’도 노동자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한다.

2024~2025년 사이 겨울학기 기준 독일 전체 대학생 약 290만명 중 연구중심 일반대학 재학생은 약 57%다. 나머지 중 약 38%는 응용과학대학, 약 5%는 이원화대학에 재학 중이다.

응용과학대학과 이원화대학에서는 고등교육 수준의 직업 이론과 인턴십·직업훈련이 긴밀히 연결된다. 이원화대학의 경우 대학과 기업에서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며 졸업 시 대학졸업장과 직업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한다. 교육과정 자체가 노동시장과 직결돼 있다. 응용과학대학은 인턴십 학기가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고 대다수 졸업논문이 인턴십 기업과 협업해 작성된다.

일반대학은 직접적인 취업 준비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직업 세계와 완전히 분리돼 있지는 않다. 대학 재학 중 인턴십, 학생근로,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학업과 동시에 노동시장 참여가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장려된다. 인턴십의 경우 회사와 인턴 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받으며 사회보험에 가입돼 취업자로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독일에서는 약 75% 이상의 대학생이 학업 중 적어도 한번 이상 인턴십을 경험한다. 구직과정에서 인턴 경험은 채용 여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턴십은 대졸자 취업의 필요조건에 가깝다. 연구중심 일반대학 역시 순수 학업에만 머물지 않고 노동시장과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독일의 고등학교와 대학은 노동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독일 성과를 한국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 독일식 학업과 직업의 연결성은 그간 약 90%에 달하는 노동시장 성과를 달성해왔다. 2026년 2월 초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2년간 고학력자 실업률이 2022년 2.2%에서 2025년 3.3%로 1.1%p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고학력자의 실업 위험은 비숙련 노동자와 비교하면 약 1/6 수준에 불과하다.

엔초 베버 노동과직업연구소(IAB) 교수는 산업전환 속도를 일자리 창출이 따라잡지 못하는 ‘전환의 위기’ 문제가 없지 않지만, 높은 교육 수준과 숙련된 인력구조 덕분에 독일 청년 고학력자의 취업 환경은 다소 어려워졌을 뿐 위기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일반대학 졸업생 역시 전반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 대졸자 취업률이 높은 국가군에 속하며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대체로 85~90% 수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독일의 성과를 한국에서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취업은 본질적으로 구인을 전제로 한다. 노동공급자인 취업준비생의 학력과 역량이 높아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고용 성과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독일 직업교육, 노동 수요자인 기업이 중심 = 한국 청년층의 학력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했다. 대학진학률은 빠르게 높아졌지만 같은 시기 기업 구조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대기업은 제한된 수의 고임금·안정적 일자리로 남아 있는 반면, 다수의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로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청년 노동시장은 ‘일자리는 있으나 일할 만한 자리는 부족한’ 구조로 고착됐다. 이는 단순히 청년의 눈높이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노동 공급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 학력과 역량을 낮출 수는 없다. 노동 수요 역시 그 수준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돼야 하지만 산업과 기업 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훈련은 수준 높은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중심이 돼 운영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노동 공급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기업, 즉 노동 수요자의 문제에 가깝다.

독일 사례가 한국에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청년이 경제활동을 포기한 채 비경제활동인구로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교육단계에서부터 구조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독일식 교육–직업 연결제도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청년을 노동시장 밖에 방치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도와 취업 기회를 높이는 데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