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피해 협동조합 모델 제도화해야”
경기연구원, 개선안 제시
법상 피해회복 수단 인정
전세사기 피해 해결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전세피해 협동조합’ 모델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세사기피해자법’상 공식 피해회복 수단으로 인정하고 이차보전 등 공공지원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19일 발간한 ‘전세피해 해결을 위한 협동조합 모델의 성과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는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전세사기피해자 등으로 결정된 사례는 3만4000여건에 달하며 이 중 20~30대 청년층이 75.7%를 차지했다. 피해 보증금도 97.5%가 3억원 이하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기반이 약한 계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전세사기피해 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공공의 대응은 확대됐지만 모든 피해자를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매입이나 무상거주 지원을 받기 어렵거나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주거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은 제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에 연구진은 피해자가 직접 조합원이 되어 주거와 자산 회복을 함께 도모하고 있는 화성의 ‘탄탄주택협동조합’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이 모델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공동으로 관리・운영하고 반전세 전환 등을 통해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임시 거처 제공을 넘어 피해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공동체로서 회복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다만 협동조합 모델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조합의 가장 큰 부담은 초기단계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문제"라며 "협동조합을 ‘전세사기피해자법’상 공식적인 피해회복 수단으로 인정해 공공기금의 저리자금 전환, 이차보전, 보증 지원 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연구진은 기초지방정부가 피해자 조직화와 현장 지원을 맡고 광역과 중앙정부는 금융・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단일 협동조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연합회 구성, 공공주도 리츠와 협동조합이 결합된 복층 구조 모델,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사전적 협동조합 설립과 도민 대상 캠페인 필요성도 제시했다.
박기덕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는 단기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삶 전반에 긴 그림자를 남긴다”며 “협동조합 모델은 피해자가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공공지원과 결합할 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