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물 1285건…식약처 미통보
감사원 ‘코로나19 대응실태’ 감사결과
위해 우려에도 1420만회분 계속 접종
유효 만료 백신 접종하고 알리지 않아
코로나19 사태 당시 1000건이 넘는 백신 이물 신고가 접수됐지만, 접종 보류 등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접종됐음에도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재접종을 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총 1285건의 백신 이물 신고를 접수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공동대응 매뉴얼’에서는 이물 혼입 신고가 접수될 경우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하고, 식약처의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조치 범위와 수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청은 이물 신고를 접수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은 채 제조사에만 알리고, 제조사의 조사 결과를 회신받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1285건 중 431건(33.5%)은 제조사가 해당 제품을 수거하지 않고 사진이나 기록만으로 조사했으며, 41건(3.2%)은 조사 방법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또 854건(66.5%)은 해당 제조번호 백신의 접종이 끝나 재고가 소진된 이후에야 제조사가 질병청에 조사 결과를 회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사가 조사한 이물 내역을 보면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고무마개 파편이 835건(65.0%)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가 있는 이물도 127건(9.9%)에 달했다. 이처럼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이물이 발견됐음에도 접종 보류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제조번호 백신 약 1420만 회분이 계속 접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위해 우려 이물이 혼입된 백신에 대해 해당 제조번호의 접종 보류를 검토하는 등 안전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질병청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한 피접종자에게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 등은 백신 오접종 유형을 13가지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주입’의 경우 면역 획득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재접종을 권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청은 유효기간 만료 백신 접종 사실을 피접종자에게 통지하도록 명시하지 않았고, 재접종 여부에 대한 별도 모니터링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1~2023년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한 2703명 가운데 55.6%에 해당하는 1504명이 재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질병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접종력이 인정되지 않는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내역이 포함된 사람이 1549명에 달했으며, 이처럼 오접종이 포함된 채 515건의 예방접종증명서가 발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정부가 ‘마스크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공적판매처 제도를 긴급 도입하면서 유통비용을 검토하지 않는 등 문제점을 적발하고 식약처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통보했다. 감사 결과 코로나19 당시 공적판매처로 지정된 민간기업의 유통비용은 장당 200원으로, 농협·우체국(18.6~58원)보다 최소 3.4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이후에도 정부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출고하도록 하는 유통개선조치를 유지하면서, 4104만장의 마스크를 구매가(장당 393원)보다 높은 가격(700원)에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감사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감사원장 명의의 특별서한을 보내,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 수행 과정에서 개인적 비리가 없는 한 공직자에 대한 문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감사는 책임소재 규명보다는 향후 감염병 재난에 대비한 제도 개선 사항 발굴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