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특별법, 권한이양 어디까지 담겼나
충남대전특별법 조문으로 본 권한이양 구조
단계적 분권 시작 … 재정·권한 특례는 빠져
전남광주·충남대전·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3건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통합특별법에 담긴 ‘권한 이양’ 구조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권한이 빠진 맹탕”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법안에는 통합 이후 권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설계된 장치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3개 특별법안은 설치 목적과 지위, 지원 체계, 권한 이양 구조를 담은 1~4장을 거의 동일하게 구성했다. 이에 따라 충남대전행정통합특별법(대안)을 기준으로 보면 통합특별시 권한 이양 구조의 전체 틀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권한 단계적 이양, 법률에 구조화 = 법안은 통합특별시를 단순한 광역지방정부 결합이 아닌 새로운 행정 모델로 규정하고 있다.
핵심 장치는 국무총리 소속 지원위원회다. 제12조는 통합특별시 기본계획, 행정·재정 자주권 강화, 규제자유화, 중앙권한 이양 등을 심의하는 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고, 제13조는 심의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통보해 해당 부처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 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이라며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협약·평가 구조를 통해 권한을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권한 이양 절차도 조문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제16조는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 사무를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권한에 대해 단계적 이양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사무 전수조사 △이양 대상 선정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출범과 동시에 권한을 일괄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률로 ‘이양 프로세스’를 구조화한 셈이다.
◆‘맹탕’ 논란과 다른 조문들 = 법안에는 출범 이후 권한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도 담겼다.
제15조는 통합특별시의회 재적의원 2/3 이상 동의를 얻으면 법률 반영 의견을 정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고, 정부는 2개월 이내 검토 결과를 회신하도록 했다. 제14조는 중앙행정기관이 통합특별시에 적용되는 규제를 우선 정비하도록 하되, 통합특별시가 자체 규제정비 조례를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통합특별시 내부 분권도 전제됐다. 제17조는 통합특별시 사무 가운데 원칙적으로 시·군·구에 이양해야 할 사무를 명시해 광역 집중을 막도록 했다. 권 교수는 “지금 법안은 완성형이라기보다 통합 이후 권한을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레일을 깔아 놓은 형태”라며 “출범 이후 정치적 합의와 실행 역량이 실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과 이후 ‘내용 채우기’ 경쟁 시작 = 특별법이 통합의 제도적 틀은 마련했지만 지역이 요구했던 핵심 재정·권한 특례 상당수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세 교부비율 명시, 예비타당성조사 전면 면제 등 재정·권한 특례는 정부 검토 과정에서 상당 부분 조정됐다. 재정 부담과 지역 간 형평성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지역의 오랜 숙원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행정통합은 출범 가능한 최소한의 틀을 먼저 세우고, 이후 권한과 특례를 채워가는 구조로 정리됐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통합 이후를 전제로 한 논의와 경쟁이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광주·전남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재정 20조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향후 4년간 20조원 규모 재정 지원이 지역에 주어지는 만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며 ‘20조 공동체 포럼’을 제안했다. 재정과 권한이 특정 권력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제안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통합 이후를 고려한 정치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통합특별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통합 이후 균형발전 계획과 정치개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거대 지방정부 출범에 맞춰 의회 구성 방식과 대표성 문제까지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